정책의 수혜자로 지목된 계층이 도리어 정책에 반발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른바 8·13 대책에 담긴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발표 직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시장에서 선호도가 낮은 자산을 자산 형성 초기 단계의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도 자녀나 손주 세대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으셨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내용부터 정확히 살펴보겠습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내년 1월 출시가 예고돼 있습니다. 만 39세 이하이면서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매매가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의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퍼센트까지 인정하고 연 3퍼센트대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이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이후 다른 주택을 구입할 때 생애 최초 혜택은 유지됩니다. 정부는 비아파트 평균 월세가 80만원 안팎이라는 점을 근거로, 2억원을 30년 만기 연 3.0퍼센트로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이 85만원 수준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달 월세와 비슷한 금액을 내면서 이사 걱정 없이 자기 집에 거주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수치가 말해주는 현실
그러나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다릅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79.7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전 세대를 통틀어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삼겠다는 응답은 다섯 명 중 한 명에도 못 미친 셈입니다. 실제 청년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 비율은 4.5퍼센트로, 전체 가구 20.5퍼센트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기준 금액의 현실성도 논란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8월 14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 60제곱미터 초과 85제곱미터 이하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는 7억4980만원이었습니다. 대출 기준인 4억원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기준을 충족하는 물건은 사실상 전용 60제곱미터 이하, 평균 2억6400만원대에 몰려 있으며 상당수가 원룸이거나 분리형 원룸입니다. 신혼부부나 자녀를 둔 가구가 서울에서 이 대출로 선택할 수 있는 집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아파트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에서 4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7.8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반발의 뿌리는 자산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비아파트가 기피되는 이유는 정서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팔고 싶을 때 팔리지 않고 가격 상승 기대도 낮아, 더 나은 주택으로 옮겨 갈 밑천이 되지 못합니다. 사다리가 아니라 자산이 묶이는 종착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의 정책 신호들이 겹쳤습니다. 지난 7일 여당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활용 청년 주거 구상, 12일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고시원의 책상 설치 의무 폐지와 욕조 설치 허용을 담은 건축기준 개정이 그것입니다. 개별 사안으로 보면 규제 완화이지만, 연이어 제시되자 주거 기대 수준을 낮추라는 일관된 메시지로 읽히고 있습니다. 정책 불신은 이렇게 축적됩니다.
시니어 세대가 눈여겨볼 대목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비아파트가 여전히 매매보다 임대 수요가 큰 시장이라고 진단하면서, 은퇴 세대나 여유 있는 계층이 이를 매입해 청년층에게 임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저는 이 지적에 주목합니다.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쪽이 자산을 보유하고, 아직 축적 단계에 있는 쪽이 낮은 비용으로 거주하는 구조가 시장의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는 시니어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임대차 제도의 예측 가능성, 보증금 보호 장치, 세제의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의 역할만 강조한다면 그 또한 또 하나의 전가일 뿐입니다. 이미 상당수 시니어 가계의 자산이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합니다.
맺으며
주거 정책의 목적은 국민이 안전하고 존엄한 공간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국가가 특정 자산의 구매를 유도할 때에는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결국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지원은 넉넉하되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는 것, 그리고 최저 주거 기준이라는 사회적 마지노선만큼은 완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오래 검증된 원칙입니다. 또한 시장은 손이 보이지 않아야 더 강력한 균형점을 찾아낸다는 기초 이론을 정책 결정자는 가장 아픈 시점에서 기억해낼까 두렵습니다.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사안도 아닙니다. 자녀 세대의 주거 불안은 결국 시니어 세대의 노후 부담으로 되돌아옵니다. 우리 세대가 축적한 자산과 경험이 다음 세대의 안정된 출발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도록, 냉정하게 지켜보고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