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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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의 낯선 풍경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한복판, 국립 광장인 내셔널 몰(National Mall)에서 대형 축제가 열렸습니다.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7월 10일 자 보도에 따르면, 이 축제의 월요일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이하 MAHA)’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온전히 할애되었다고 합니다. 백악관 고문과 임시 의무총감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미국인이 왜 이토록 병들고 비만해졌는지를 설명하며 올바른 식습관을 역설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축제장 바로 옆에는 점보 콘도그와 햄버거, 칠면조 다리, 양동이째 파는 감자튀김을 파는 가판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보도는 건강을 설교하는 강연장보다 기름진 간식을 사려 줄을 선 사람이 훨씬 많았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심지어 이 ‘MAHA 월요일’ 행사 가운데 하나는 다섯 층으로 쌓은 팬케이크를 마구 먹어 치우는 대회였습니다. 건강을 외치는 자리에서 도리어 과식을 부추긴 셈입니다. 이 기묘한 모순이 오늘 저희가 함께 짚어 볼 화두입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강연에 나선 인사들은 저마다 ‘적’을 지목했습니다. 어떤 이는 식품 업계 로비스트와 느슨한 정부 규제를, 어떤 이는 아이들을 스마트폰에 붙들어 둔 거대 기술기업을, 또 어떤 이는 의료 제도를 악용해 모두의 비용을 끌어올리는 이들을 겨냥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의 한 선임 고문은 과거 미국의 식생활 지침을 세우는 데 관여한 원로 영양학자를 직접 거론하며, 그 연구가 설탕·담배 업계의 자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목당한 학자는 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자신이 평생에 걸쳐 폭로해 온 바로 그 기업의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참으로 역설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진위를 떠나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어떤 운동이든 사람을 결집시키려면 손가락질할 ‘악당’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의지의 문제인가, 환경의 문제인가

이 대목에서 저는 조금 다른 각도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축제장의 진짜 교훈은 ‘누가 악당인가’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상업의 논리가 만나면 대개 유혹이 이긴다는 냉정한 현실에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강연을 들어도 문을 나서는 순간 기름 냄새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환경이 우리를 촘촘히 둘러싸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편의점과 배달 음식, 자극적인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의 유혹 속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건강이란 개인의 결심만으로도, 정부의 규제만으로도 온전히 지켜지지 않습니다.

식탁으로 돌아오라는 오래된 지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서로 다투던 연사들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로 동의한 대목이 있었으니, 바로 ‘함께 식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팬케이크 대회의 주인공이었던 한 이민자 출신 요리사조차 자신의 음식이 건강식이라 주장하는 대신,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를 여는 일이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시 의무총감 역시 끝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는 습관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가족 식사를 되살리자고 호소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니어 세대가 오랜 세월 몸으로 지켜 온 지혜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나누던 식탁,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와 눈빛은 어떤 영양제보다 값진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 못지않게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우리 세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