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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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초 카운트다운과 스와이프 한 번, 라이브 경매 앱이 만든 새로운 중독

미국의 한 회계사가 어린 시절의 야구 카드 수집 취미를 되살리려 라이브 쇼핑 앱을 내려받았습니다. 마흔다섯의 그가 넉 달 동안 쓴 돈은 약 136만 2,687달러(약 18억 5,000만 원)였습니다. 예금을 헐고, 개인 대출을 받고, 친구에게 손을 벌린 끝에 회사 법인카드 번호까지 결제창에 입력했습니다. 아내가 내역을 발견한 뒤 혼인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그는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빚을 갚기 위해 퇴직금 계좌를 깨고 집과 자동차, 그동안 모은 카드까지 모두 처분했습니다. 그러고도 올해 다시 3만 7,000달러(약 5,030만 원)를 더 썼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털어놓았습니다.

그가 지목한 원인은 자신의 의지박약만이 아니었습니다. 화면 아래 노란 막대를 오른쪽으로 밀기만 하면 확인 절차도, 결제 확인 화면도 없이 입찰이 끝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몇 번을 눌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본지는 이 사례를 한 개인의 불운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설계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경매장의 구조

문제의 플랫폼은 2019년 미국에서 출범한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업체 왓낫(Whatnot)입니다. 수집용 카드부터 장난감, 디자이너 의류, 동전, 심지어 생화까지 하루 스물네 시간 실시간 방송으로 경매가 진행됩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에만 신규 계정 2,000만 개가 늘었고, 같은 해 거래액은 약 80억 달러(약 10조 8,800억 원)로 전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올해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 3,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 가치는 115억 달러(약 15조 6,400억 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핵심은 속도와 감정입니다. 45초 카운트다운이 돌아가는 동안 진행자는 소리를 지르고, 채팅창은 경쟁 심리로 달아오릅니다. 최근 한 포켓몬 카드 경매에서는 1달러에서 시작한 입찰가가 종료 직전 170달러(약 23만 원)까지 뛰었습니다. 같은 상태의 카드가 인터넷에서 통상 80달러(약 11만 원) 미만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시간은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뜨거운 것은 이른바 브레이크(break) 방송입니다. 개봉되지 않은 카드 상자의 지분을 미리 사두고, 진행자가 생방송에서 포장을 뜯는 순간에야 자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알게 되는 방식입니다. 1달러짜리가 나올 수도, 수천 달러짜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2022년에는 한 방송에서 유명 농구 선수의 유니폼 조각이 박힌 희귀 카드가 나왔고, 그 카드는 그해 240만 달러(약 32억 6,400만 원)에 팔렸습니다. 한 시청자는 카지노에서 옆 사람이 대박을 터뜨리는 장면을 지켜보는 기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른다는 기대, 그것이 바로 사행성의 심리적 원리입니다.

동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에서 디지털 법을 가르친 기만적 디자인(deceptive design) 전문가 마크 라이저 씨는 경매의 혼란과 속도 때문에 이용자가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릴 순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 누적된 결과를 동의의 훼손(degradation of consent)이라 불렀습니다. 계약은 형식상 성립하지만, 판단할 시간이 제거된 계약은 온전한 동의라 부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재판매 차익을 노린 진입이 손실을 키웁니다. 한 이용자는 저평가된 은화를 사들여 감정을 받은 뒤 되팔 계획이었으나, 다섯 달 만에 퇴직연금 계좌를 모두 소진하고 신용카드 열세 장의 한도를 채웠습니다. 감정 결과 동전들의 가치는 지불액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반면 3년간 약 12만 달러(약 1억 6,300만 원)를 쓰면서도 월 3,000달러(약 408만 원)어치를 되팔아 지출을 상쇄한다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애증의 관계라는 그의 표현처럼, 같은 구조가 누군가에게는 부업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파산이 됩니다.

법적 다툼도 진행 중입니다. 올해 한 소비자 보호 전문 변호사가 70여 명을 대리해 중재를 신청하면서, 무작위 카드 개봉 방식이 사실상 무허가 복권이며 회사가 규제받는 도박에 필요한 안전장치 없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합니다. 대변인은 도박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위험을 전제하지만 이 플랫폼에서는 구매자가 언제나 카드를 손에 쥐고 나간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이용자에게 해를 끼치는 서비스를 만들 뜻이 없으며, 앱스토어 평점과 내외부 데이터에서 중독이나 과소비가 심각한 문제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지난해 지출 한도와 시청 시간 제한 기능을 도입했고, 최근 지출을 즉시 중단시키는 도구를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결제 전 비밀번호 입력 절차도 시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뢰·안전 담당 인력은 전체 직원 약 1,200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판단은 규제 당국과 법원의 몫이겠습니다만, 양쪽 주장을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할 사안입니다.

우리 곁의 이야기입니다

이 일이 태평양 건너의 낯선 소동이라고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 역시 짧은 영상과 실시간 방송 판매에 이미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은퇴 이후 시간이 넉넉해진 시니어에게 하루 종일 켜둘 수 있는 방송, 낯선 이들과 나누는 채팅의 온기,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는 성취감은 결코 가볍지 않은 유혹입니다. 노후 자금은 다시 벌어 채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보다 시니어의 손실이 회복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도 냉정히 짚어야 합니다.

주목할 대목은 연령 확인 문제입니다.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자는 성인 인증을 거치지만, 구매자에게는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습니다. 손주에게 물려준 낡은 기기와 간편결제가 결합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부모 세대가 먼저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절제는 낡은 미덕이 아닙니다

본지는 기술 자체를 탓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상거래에는 오래 지켜온 최소한의 예의가 있었습니다. 값을 알아보고, 하룻밤 생각해 보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지불하는 것입니다. 45초 카운트다운은 바로 그 예의를 제거하기 위해 설계된 장치입니다. 기업에는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으나, 판단할 시간을 의도적으로 빼앗는 설계까지 자유의 이름으로 옹호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지원과 요구(Fördern und Fordern), 즉 이용자에게 자기 관리 수단을 충분히 제공하되 사업자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요구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개인의 몫도 분명히 있습니다. 손실을 만회하려 한 번 더 거는 순간이 곧 무너지는 지점이라는 사실은, 시장에서 오래 일해 본 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잃은 돈은 잃은 자리에서 되찾아지지 않습니다. 결제 수단을 늘 열어두지 않는 것, 심야에는 앱을 켜지 않는 것, 지출 한도를 미리 걸어두는 것. 이 소박한 규율이야말로 시니어가 살아온 세월에서 길어 올린 지혜입니다. 절제는 낡은 미덕이 아니라, 가장 앞선 방어 수단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