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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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등교육의 여름, 그 명암

지난 8월 14일 영국은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A레벨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었습니다. 성적은 예년보다 향상되었고, 잉글랜드 지역 18세 학생 19만 4,800명이 1지망 대학에 합격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영국 대학가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정반대였습니다. 여러 대학의 부총장들이 영국 고등교육 시스템에 재정적 난국이 닥칠 것이라고 잇달아 경고하고 나선 것입니다.

경고의 근거는 영국 내무부가 공개한 통계였습니다. 7월 말까지 접수된 유학생 비자 신청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퍼센트 줄었습니다. 여름철 비자 신청은 가을 새 학기 등록으로 직결되는 선행 지표입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며, 일부 대학에서는 유학생 등록이 최대 30퍼센트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시티지 카푸르 부총장은 이번 감소가 이미 예상되었던 비관적 시나리오와 부합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계산은 단순하면서도 무겁습니다. 유학생 다섯 명이 줄면 대학 일자리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학자금 대출 부담과 졸업 후 취업 불안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을 향한 자국 학생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을 희망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등록금 동결이 남긴 청구서

문제의 뿌리는 오래된 정치적 선택에 있습니다. 영국의 역대 정부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자국 학부생 등록금을 9,250파운드(약 1,665만 원)에 묶어 두었습니다. 명목 금액은 그대로였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가치는 3분의 1가량 떨어졌습니다. 대학은 그 격차를 유학생 등록금으로 메워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도입된 유학생 등록금 부담금이 이 구조에 균열을 냈습니다. 대학은 유학생 한 명당 925파운드(약 166만 5천 원)를 정부에 납부해야 합니다. 이후 허용된 자국 학생 등록금 인상분은 이 부담금으로 대부분 상쇄될 전망입니다. 등록금 인상이 대학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등록금 인상 제도를 설계했던 데이비드 윌리츠 전 대학부 장관은 대학들이 재정적 압박에 놓인 주된 이유가 8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재정 위기로 대학이 파산할 위험도 분명히 있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깎여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현실이 된 감축

경고는 예측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연구 중심 대학들의 모임인 러셀 그룹 소속인 엑서터 대학은 콘월 펜린 캠퍼스의 지리학 과정을 즉시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학 측은 지원자들에게 실망을, 관련 교직원들에게 어려움을 안기는 결정임을 인정했습니다. 학과 하나가 사라지는 일은 통계 한 줄이 아니라, 한 지역의 학문 기반과 일자리가 함께 사라지는 일입니다.

러셀 그룹의 리비 해켓 최고경영자는 인기 없는 부담금을 비롯한 일련의 정책 결정이 그동안 쌓아 온 성공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최근 분석을 인용해 유학생 감소로 영국이 잃은 순경제적 이익이 30억 파운드(약 5조 4천억 원)에 이른다고도 밝혔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특정 기관의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학 부총장 협의체인 유니버시티스 유케이의 비비안 스턴 최고경영자는 이번 비자 통계가 정책 당국에 경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압박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유학생 수를 조절하려 했다면 그 교정이 지나쳤다고 평가했습니다. 필요한 것은 안정과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도움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기술부의 자키 스미스 장관은 대학 과정이 그만한 값어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등록금 인상은 교육의 질과 연계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

이 논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대학 역시 오랜 기간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된 상태에서 학령인구 감소를 맞았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채워 왔습니다. 구조가 닮았다면 위험도 닮습니다. 유학생 유입은 출입국 관리와 이민 정책의 영향을 곧바로 받습니다. 정치적 판단 하나가 대학 재정을 흔드는 구조라면, 그 대학이 감당하던 지역 경제와 교육의 질도 함께 흔들립니다.

여기서 균형이 필요합니다. 국경 관리와 사회 질서를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입니다. 검증 없는 개방은 결국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그러나 재정 구조를 손보지 않은 채 유입만 조이는 방식은, 지키려던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잃지 않아도 될 것까지 잃게 만듭니다. 곧 자격과 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되 그 기준을 통과한 인재에게는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대학은 자녀를 보내던 곳만이 아닙니다. 평생교육과 재취업 훈련,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서 여전히 우리 삶에 닿아 있습니다. 지방 대학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지역의 강좌와 도서관과 상권이 함께 줄어듭니다. 오랜 세월 사회의 부침을 지켜본 세대라면, 눈앞의 정치적 셈법보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먼저 묻는 안목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영국 대학들이 지금 겪는 진통은 그 안목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 주는 교과서와 같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편집 참고 원자료는 영국의 더 가디언(The Guardian UK), 2026년 8월 14일자 보도. 본문은 원문을 인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하여 서술하였습니다.

환율 기준: 1파운드 약 1,800원으로 환산하였습니다.

확인 요망 사항: 순경제적 이익 30억 파운드 손실 수치는 러셀 그룹이 인용한 제3자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독립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유학생 등록 30퍼센트 감소 전망은 일부 대학의 우려를 전한 것으로 확정된 수치가 아닙니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 동결 기간과 유학생 유치 규모는 교육부 최신 자료를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