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절벽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고등교육계가 이른바 인구학적 절벽 앞에 서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26년 8월 21일 자 지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출생률 하락의 여파로 18세 인구 자체가 줄어들면서 대학 신입생 공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단일 연도 출생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세대가 2025년 가을 캠퍼스에 입학을 마쳤고, 이제부터는 내리막입니다. 서부주간고등교육위원회(WICHE)는 미국 대학 등록생 수가 2041년까지 13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서부와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감소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학생이 줄면 입시는 쉬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지 분석가들의 관측은 정반대입니다. 최소한 경쟁이 치열한 상위권 대학에서는 입시가 더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쉬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우량 대학으로만 몰리는 쏠림
그 배경에는 이른바 우량 대학 선호 현상(flight-to-quality)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학교에는 지원자가 계속 더 몰리고, 매력도가 떨어지는 학교는 지원자를 잃는 양극화입니다. 실제로 아이비리그의 합격률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고, 그 바로 아래 단계의 명문 사립대들 역시 경쟁이 한층 격화되었습니다. 미시간대학교처럼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 온 대형 주립 명문대(플래그십)는 물론이고, 위상이 급상승한 여러 주립대들도 사립대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전통적인 캠퍼스 생활을 원하는 학생들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많은 지역 대학과 원래 합격률이 높았던 학교들은 입학이 더 쉬워졌습니다.
쏠림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지원 행태의 변화입니다. 공통 지원서 플랫폼인 커먼 앱(Common App)의 2024-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평균 지원 학교 수는 약 7곳으로, 2015-16년 대비 46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지원자가 줄어도 1인당 지원 건수가 늘면 인기 대학의 서류 접수량은 오히려 불어납니다. 합격률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문은 계속 좁아지는 셈입니다.
학위의 값어치를 다시 계산하는 가정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학위의 가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만 달러, 이를테면 5만 달러(약 7,000만 원, 1달러=1,400원 환산 기준)를 지불하고 받은 졸업장이 그만한 일자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왜 굳이 대학에 가야 하느냐고 되묻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반지성주의가 아니라 냉정한 투자 판단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계산이 냉정해질수록, 취업과 인맥에서 확실한 보상이 검증된 소수 대학으로만 수요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이 이야기가 남의 나라 사정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나라의 학령인구 감소 속도는 미국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미국이 20년에 걸쳐 13퍼센트를 걱정하는 동안, 우리는 이미 지방 대학의 정원 미달과 폐교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서울 주요 대학과 의약학 계열로의 쏠림은 완화될 기미가 없습니다. 지원자가 줄어도 상위권 경쟁은 그대로이거나 더 심해진다는 미국의 관찰은, 우리에게는 이미 겪고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정원 조정과 구조조정은 회피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 인구 통계가 이미 정해 놓은 결과입니다. 이를 정치적으로 미루는 일은 부실 대학의 연명을 위해 학생과 납세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둘째, 그렇다고 대학의 수만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지역 대학이 사라진 자리에는 청년 유출과 지역 공동체의 해체가 따라옵니다.
지원과 요구를 함께 걸어야 합니다
취업률과 교육의 질을 검증받지 못한 대학에 무기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방식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지역 산업과 결합해 실질적 인력을 길러 내는 대학에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학을 늘리고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다시 규정하는 문제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이 변화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자녀와 손주의 진학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령인구가 빠져나간 대학 강의실을 채울 유력한 수요자가 바로 시니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지방 대학이 평생교육과 재교육 과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은퇴 이후의 30년을 새로운 기술과 지식으로 채우려는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대학이 청년만의 공간이라는 통념을 내려놓는다면, 인구 절벽은 위기인 동시에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지켜야 할 가치는 분명합니다. 교육은 사회의 질서와 안전을 지탱하는 기반이며, 그 기반은 감정이나 구호가 아니라 검증된 성과와 합리적 기준 위에 서야 합니다. 숫자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 냉정하게 따지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 안목이야말로 오랜 경험을 축적해 온 시니어 세대가 우리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