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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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으로 완성된 반세기의 기록

텍사스 출신의 아방가르드 펑크 밴드 버트홀 서퍼스(Butthole Surfers)의 45년 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홀 트루스 앤 나씽 벗(The Hole Truth and Nothing Butt)》이 최근 미국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시네마(Alamo Drafthouse Cinema) 체인을 통해 개봉했습니다. 배급사 없는 독립 영화를 지원하는 ‘알라모 익스클루시브’ 프로그램의 첫 작품으로 선정된 이 영화는 시작부터 파격적인 경고 문구를 내세웁니다. 섬광 조명과 약물 사용, 인형 폭력, 그리고 ‘회한’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문구는 이 밴드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파격의 이면에 감춰진 회한

1970년대 후반 프론트맨 기비 헤인즈(Gibby Haynes)와 기타리스트 폴 리어리(Paul Leary)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 그룹은 강력한 섬광 조명과 기괴한 영상 투사, 충격적인 무대 연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탐 스턴(Tom Stern) 감독은 이러한 충격적인 겉모습 아래에 수많은 감정의 층위가 존재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밴드는 1991년 제1회 롤라팔루자 투어 참가와 1996년 “Pepper”의 빌보드 모던 록 차트 1위 등 대중적 성공을 거두는 동시에, 구성원 각자의 개인사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련을 겪어 왔습니다.

성공과 중독, 그리고 이별

“Pepper”의 성공 이후 소속 레이블은 후속 히트곡을 요구했고, 당시 헤인즈는 헤로인 중독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드러머 킹 코피(King Coffey)는 이 시기를 밴드의 가장 어두운 국면으로 회고했습니다. 헤인즈는 현재 약 12년째 약물을 끊은 상태라고 밝혔으며, 밴드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오랫동안 밴드와 함께한 드러머 테레사 테일러(Teresa Taylor)는 2023년 6월 폐기종으로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피는 그녀가 사실상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라고 전했습니다.

유년의 상처와 가족이라는 답

영화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장면은 헤인즈가 네 살 무렵 이웃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고백하는 대목입니다. 그는 이 사건을 밴드 동료들에게조차 오랫동안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66세인 헤인즈는 현재 변호사인 아내, 11세 아들과 함께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극단적인 무대 연출로 사회적 존중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던 그가, 이제는 가정을 지키며 자신의 상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모습은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또 하나의 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대를 넘어 전하는 메시지

리어리는 9·11 테러 이후 무대 위 광기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며 투어 재개를 거부하고 있으나, 밴드는 2025년 9월 할리우드 상영회에서 8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젊은 시절의 방종이 결국 가족과의 화해, 정직한 자기 고백으로 귀결되는 이 서사는 이제 시니어 세대에 접어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어떻게 정리하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파격적인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나, 그 자유에는 반드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과 가족에 대한 도리가 함께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이 다큐멘터리는 우회적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성공 이면의 중독과 상실을 냉정하게 되짚는 태도야말로, 질서와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가 예술적 파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전제 조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이 다큐멘터리의 국내 개봉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관심 있는 독자께서는 해외 영화 배급 소식과 국내 OTT 서비스 편성표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