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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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사(siyasah)는 아랍 사회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로, 서구의 ‘정치(politics)’ 개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용어는 아랍인의 초기 생활 방식, 리더십, 그리고 공동체 형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어원적 의미를 살펴보면 아랍어 시야사(siyasah)는 본래 ‘말이나 낙타와 같은 가축을 관리하고 훈련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서구의 ‘정치(politics)’가 도시(polis)에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되어 발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다시 말해, 시야사는 유목적 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아랍인의 삶에서 출발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야사는 유목민, 곧 바다위(badawi) 사회의 본질적 특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유목 사회에서 낙타와 같은 가축은 생존과 이동성의 핵심이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공동체의 존속을 책임지는 리더십의 한 형태로 간주되었습니다. 따라서 시야사는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목민들이 형성한 ‘비정치적’ 사회 운영 방식의 일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은 곧 리더십과 통치의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가축을 관리하고 훈련한다는 것은 사람을 이끌고 다스린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습니다. 지도자는 공동체의 결속을 이루고 갈등을 조정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자료에서는 권위자의 말과 행동에 무조건 ‘예’라고 응답하는 것을 신의 명령에 ‘아멘(Amen)’이라 답하는 행위와 유사하게 설명합니다. 이는 지도자에 대한 복종과 만장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아랍 사회에서도 이러한 전통은 일정 부분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반면, 아랍의 정치 문화는 여전히 만장일치를 지향하는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에서 지도자가 90%가 넘는 득표율을 주장하는 현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아랍적 이상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시야사는 단순한 ‘정치’라는 개념을 넘어섭니다. 이는 아랍 사회가 지닌 유목적 기원과 가축 관리라는 구체적 행위에서 출발하여, 공동체를 다스리는 독자적인 리더십과 통치 방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나아가 아랍 정체성과 정치 문화의 근본적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로서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