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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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 속의 평화

최근에 보도된 독일 언론 및 해외 뉴스 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5월 16일자로 독일연방의회에서 의원이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좌파당(Der Linke)의 마르셀 바우어(Marcel Bauer, 33세)가 흑색 베레모를 착용해 입장했고, 부의장 안드레아 린드홀츠(Andrea Lindholz, 53세)가 이를 지적하며 즉시 제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바우어가 이를 거부하자, 린드홀츠는 의원을 본회의장에서 퇴장시켰습니다. 독일 연방의회의 엄격한 복장 규정에 따라, 종교적 이유나 의학적 필요가 없는 한 모자 착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기사를 접하면서 “에티켓에 어긋난다”거나 “품위가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왜냐고요? 아주 가끔 저 역시 세상을 향한 ‘차단막’으로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소리, 너무 밝은 조명, 사람들의 시선, 수많은 정보들. 이 모든 것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고통이 됩니다. 그때 저는 야구 모자를 씁니다. 머리를 감싸주는 조용한 방패 같은 존재지요. 말하자면 세상과 자신 사이의 ‘필터’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방패’나 ‘필터’가 필요할 땐, 제가 응원하는 야구팀과 모교 야구모자를 번갈아서 씁니다.  오래 쓰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씁니다. 모자를 쓰는 방향에 따라 방패가 되기도 하고, 필터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감지 않았을 때, 감추기 위해서 모자를 쓴다는 경우와는 조금 다릅니다.

과학적으로도 사람의 뇌는 초당 10비트 정도의 정보만을 단기 기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이상의 소리, 냄새, 시선은 뇌를 피로하게 만들 뿐이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또 누군가는 모자를 씁니다.

시니어 여러분, 혹시 우리도 그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아무 이유 없이 피곤하고, 시끄러운 소리나 번잡한 환경이 감당이 안 될 때 말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건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누군가 야구 모자를 썼다고 비난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는 그 어떤 것도, 품위 있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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