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왜 이렇게 사람이 그립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익숙한 집도 낯설게 느껴지고, 고요한 정적이 오히려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외로움의 감정은 우리가 누구냐보다는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외로움을 부르는 환경(lonelygenic environment)’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로 가득 찬 도시 속에서, 자연의 기운이 부족한 공간에 거주할수록 사람들은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공원 벤치 하나가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뉴욕대학교의 마리안 쇼엔 박사와 호주의 펑 박사는 도시의 녹지 비율이 외로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위성 사진과 건강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집 근처에 공원이나 녹지 공간이 있는 사람들은 외로움을 덜 느낀다는 것입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이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인근에 공원이 있는 경우 외로움을 느낄 확률이 무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걷고, 쉬고, 바라보고, 생각합니다. 벤치에 앉아 햇살을 쬐며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보거나, 산책길에서 이름 모를 들꽃을 발견하거나,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3의 공간’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많은 시니어 분들이 퇴직 이후에 느끼는 가장 큰 공허함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직장이라는 연결고리가 끊긴 후, 우리는 자주 “만날 사람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제3의 공간’입니다. 즉, 집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나를 반기는 또 하나의 공간 말이지요.
이 공간은 꼭 고급 카페나 멋진 문화센터일 필요는 없습니다. 집 근처의 작은 공원, 한적한 숲길, 동네 산책로, 도서관 앞 정원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나를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이끄는 장소이며, 그곳에서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는 작고 따뜻한 경험입니다.
자연은 돈이 들지 않고, 시간이 많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 유타주의 연구진은 매주 단 2시간 정도만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도 외로움, 스트레스, 불안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2시간은 하루에 20~30분씩, 일주일 내내 쪼개 써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자연에서의 시간은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정원 가꾸기, 산책, 나무 아래 앉아 책 읽기, 하늘 보기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본능적인 방법입니다. 자연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고, 언제든 품어주는 공간입니다.
‘자연 처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과 유럽에서는 의료 기관이 환자에게 산책이나 정원 활동을 권하는 **‘자연 처방(social prescribing of nature)’**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기적으로 자연 속에서 활동한 환자들은 우울감과 외로움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의 한 전문가는 말합니다.
“자연은 고립감을 치유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정서적 웰빙이 필요한 시니어분들에게는 약보다 먼저 자연이 필요합니다.”
우리 동네 작은 자연, 놓치지 마세요
혹시 최근 한 달간,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산책한 게 언제였지?”
“나무 아래서 앉아 쉬어본 적이 있었나?”
“요즘 하늘 한번 올려다본 기억이 있나?”
이 질문 중 단 하나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하신다면, 오늘 당장 가까운 공원을 찾아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가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며, 조용히 손짓하고 있습니다.
혼자 걷는 길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길 끝에서, 마주 앉은 누군가가 “오늘은 날씨 참 좋네요”라고 말을 건넨다면, 그 순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