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8일
9-28-1800

-こぢんまり(こじんまり, 코진마리, 아늑함)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다도(茶道) 대가로 알려진 센노 리큐(千利休, せんのりきゅう)는 미학, 인간관계, 그리고 우주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다도 의식을 점점 더 정제해 나가면서, 새롭게 짓는 다실(茶室, ちゃしつ)을 점차 더 작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그는 보통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의 손님이 편안히 앉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만 가진 다실을 완성했습니다. 또한 그는 다실의 문 높이마저 낮추어 손님들이 몸을 숙여 기어 들어가야만 입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960년대에 이르러, 한 평범한 일본 기업인이 센노 리큐의 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곧 “캡슐 호텔(カプセルホテル)”이라 불리게 된 숙박시설을 도쿄 주요 교통 거점 근처에 도입했습니다. 이 호텔의 ‘방’은 침대, 작은 TV, 옷걸이가 걸린 고리 정도만 들어가는 크기였으며, 일부 고급형에는 프런트와 연결된 전화기, 라디오, 시계가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열차 침대칸과 유사했습니다. 서양인들은 이를 조롱 섞인 유머로 이야기하곤 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인기가 있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일본의 아파트와 주택은 서양의 기준으로는 작은 편이지만, 일본인들은 결코 그것을 궁핍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이는 한때 도쿄 나이토초(内藤町, ないとうちょう)에서 약 6피트×6피트(약 1.8m×1.8m)의 독립형 ‘집’—즉, 두 장(畳, じょう)의 다다미가 깔린 작은 객실—에 몇 주간 거주한 적이 있다고 회고합니다.)

이는 일본의 공간과 존재에 대한 감각이 서양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서양인 대부분은 큰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며, 집이 클수록 더 인상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여깁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こぢんまり(こじんまり)’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아늑함, 아담함, 단정함”에서 오는 감정에 의해 움직입니다. 일본인들은 작은 공간에서 훨씬 더 안전하고 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서양의 크고 넓은 집과 방은 다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낭비적이라고 여깁니다.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へいあんじだい, 794–1185) 동안 방의 크기는 사람이 앉고 자는 데 필요한 공간과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등 신분의 사람에게 허용된 가장 큰 공간은 4피트×7피트(약 1.2m×2.1m)에 불과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평민은 3피트×6피트(약 0.9m×1.8m) 공간만 허락되었습니다. 물론 실제 방은 더 크게 지어졌지만, 이러한 기준은 일본인의 공간 인식을 잘 보여줍니다. 일본 역사 초기에 이미 9피트×9피트(약 2.7m×2.7m), 즉 네 장 반의 다다미 크기가 일본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 크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こぢんまり’ 개념은 현대 일본에서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는 건축업계뿐 아니라, 지하철과 열차에 승객을 최대한 태우는 방식, 사무실 책상의 배치 등 일본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일본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 시기에 이르러 젊은 일본인들은 부모 세대보다 눈에 띄게 키가 크고 체격이 커졌습니다. 1980년대 말에는 젊은 세대가 더 이상 학교 책상이나 버스 좌석에 편안히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바닥 침구인 후톤(布団, ふとん)조차 새로운 세대에게는 충분히 길지 않았습니다.

수 세기에 걸쳐 ‘こぢんまり’ 개념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지금도 탁 트인 공간에서 홀로 있을 때 노출되거나 불편함을 느낍니다. 젊은 세대 가운데 일부 모험적인 사람들은 혼자 여행하고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나이가 많은 일본인들은 여전히 집단으로 여행하며 함께 행동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개인용 제품을 일본에 판매하려는 외국인들은 반드시 ‘こぢんまり’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개념에 맞지 않는 제품은 설령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여도, 일본인들에게는 부적합하다고 거부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서양인보다 작다고 여기며, 서양인들이 자신들보다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는 등 사실과 맞지 않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작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종종 극단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키가 작은 저는 일본에서 출근길에 마주친 직장인과 학생들을 마주하면, 나와 비슷하다는 자신감을 얻곤 했습니다. 요즘들어 일본인들이 키가 커져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과 몇년 전까기 매년 3~4개월씩 장기출장을 통해 가까이 생활했던 저에겐 일본인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많이 작다는 느낌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본인 직원들은 ‘한국인과 신장이 비슷하다’고 하면서 저를 바라보는 속마음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