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6일
11-16-1800#113

– お風呂敷(おぶろしき, 오부로시키, 허풍, The Big-Mouth Syndrome)

일본의 전통적 생활 도구 중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다용도로 쓰인 물건 가운데 하나는 정사각형 천입니다. 우리가 ‘보자기’라고 부르는 이 천은 보통 두 가지 크기로 존재합니다.

작은 것은 약 60×60cm. 큰 것은 약 1.2×1.2m 크기입니다. 작은 천은 후로시키(ふろしき, 風呂敷)라 하고, 큰 천은 오부로시키(おぶろしき, お風呂敷)라고 불립니다.

후로시키는 원래 공중목욕탕(ふろ)에서 사용하던 물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입욕 전에 옷을 벗어 후로시키 위에 올려 놓고, 네 모서리를 묶어 보자기처럼 들고 다녔습니다. 목욕을 마친 뒤에는 바닥에 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로시키 위에 서서 몸을 말린 뒤 옷을 입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후로시키는 모양과 크기에 상관없이 어떤 물건이든 감싸 운반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어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간편하며, 수십 년간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해 일상 생활용 보자기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더 큰 짐이나 여러 개의 물건을 한 번에 나르기 위해 자연스럽게 오부로시키, 즉 더 큰 보자기가 등장했습니다. 오부로시키는 손에 들기 어려울 만큼 무겁거나 부피가 크면, 짐을 보자기에 싸서 등에 메고, 모서리를 어깨와 가슴 쪽에서 고정해 배낭처럼 사용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오부로시키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들은 행상인(보따리 장사)이었습니다. 이들은 물건을 오부로시키에 담아 도시와 농촌을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찾아가 판매했습니다. 젊고 힘이 센 행상인일수록, 큰 오부로시키를 들고 다니며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싣고 다닐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물건을 펼쳐 놓을 수 있는지를 과시했습니다.

이때부터 ‘오부로시키를 펼친다’는 말이 ‘허풍을 떤다, 과장한다’는 뜻의 비유적 표현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 표현은 말을 과하게 하거나 자기 과시적 성향이 강한 외국인(특히 미국인)을 지칭할 때 종종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일본 사회가 점점 더 개방적이고 직설적으로 변하면서, 이러한 표현에 담긴 부정적 뉘앙스는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일본의 지도층에서는 일본 특유의 간접적이고 숨은 방식의 소통 문화를 국제 협상에 불리하다고 보고, 더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외국인이 일본인에게 다가갈 때는 너무 큰소리치거나 반복적·과도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대신 명확하고 간결하며 솔직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문화적 해설을 덧붙이자면, 오부로시키(おぶろしき)는 단순한 ‘큰 보자기’가 아니라,“과장된 말, 허풍, 큰소리”라는 일본인의 사회적 관찰에서 파생된 비유적 표현입니다.

일본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말을 아끼고, 겸손을 유지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말만 요란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오부로시키를 펼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표현은 남아 있으며, 특히 비즈니스·외교·일상 대화에서 ‘말은 크지만 실체는 없는 행동’을 경계하는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お風呂敷(おぶろしき, 오부로시키, 허풍)’가 연상되는 우리나라 한 A임원이 생각납니다. 목소리가 크고 과체중에 거들먹거리는 발걸음이 좁은 일본의 인도가 좁아보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회의가 끝나고 그 A임원이 앞서 체중실린 발걸음으로 좁은 2층 사무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통해 내려갔습니다. 지나가던 일본 직원들은 복도 옆으로 비켜서면서 벽에 등을 대고 배를 홀쭉이며 A가 스치지 않도록 과장된 몸짓을 했습니다. A가 지나간 후 뒤따르던 저는 일본 직원들이 소근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한거야? [何(なん)て言(い)ったの?, 난데 이츠타노?]”라고 하니까, 일본 직원들이 당황하면서 저를 봤고, 그 중 저와 친분이 있던 직원이 저에게 소근 거렸습니다. “お風呂敷(おぶろしき, 오부로시키, 허풍)”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큰 보자기?”하면서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회장님이 승인하셨다고 어제 말씀하셨는데, 오늘 아침에 자신이 승인해줬다고 큰소리치던데요?”라고 하면서 A 임원이 지나간 복도를 향해 또 다시 작은 소리로 “お風呂敷(おぶろしき, 오부로시키, 허풍)”하는 겁니다.

우리네 허세, 허풍보다는 일본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