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9일
9-23-2200

인도양 아랍인(Arabs of the Indian Ocean)에 대한 논의를 아랍 역사의 중세 후반기(900년 – 1350년)와 근세 초기(1350년 이후)라는 전환기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아랍 세계가 정치적으로는 쇠퇴와 일식의 국면에 있었으나, 상업적·문화적 영역에서는 오히려 확장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진 시기였습니다.

1. 중세 후반: 정치적 쇠퇴 속의 문화적 이동성 (900년경 – 1350년)

중앙 권력이 바그다드에서 약화되고 투르크계 용병과 이란계 왕조가 주도권을 잡아가던 시기, 아랍 문화는 지리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 이동성의 부상: 이 시기에는 개인의 독립적인 해석 노력(이즈티하드, ijtihad)의 문이 닫히고 지적 침체기(’asr al-taraju’)가 시작되었지만, 대신 상인과 선교사의 이동성이 아랍 문화 공동체를 유지하고 확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해양 무역의 주도: 아라비아반도, 특히 예멘 출신 상인들은 인도양을 통해 향신료, 직물, 커피 등 사치품을 북쪽으로 전달하며 바다의 지배자(masters of the monsoon)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여행가의 증언: 14세기 여행가 이븐 바투타(Ibn Battutah)는 멀리 인도양 연안까지 확산된 아랍 문화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카일루카리의 공주가 아랍어를 잘 구사하는 사실에 놀랐으며, 델리에서 만난 아랍 청년 가다가 ‘거친 유목민적 기질’로 인해 몰락하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이는 아랍 정체성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인도양을 통한 이슬람과 아랍 문화 확산

  •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랍 상인과 선교사들은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이슬람을 전파했습니다. 특히 수피즘(Sufism)은 현지 문화와 결합하며 확산되었고, 이스마일파 선교사들은 힌두 신화를 빌려 무함마드를 브라흐마에, 알리를 비슈누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 언어적 영향: 아랍어는 인도네시아의 올드 말레이어(Old Malay), 동아프리카 해안의 스와힐리어(Swahili) 등 지역 언어에 많은 어휘를 남겼습니다. 동시에 무역과 종교에서 중요한 언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2. 근세: 일식기 속의 해양 경계 (1350년 이후)

1350년 이후 아랍 세계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 하에 정치적으로 일식의 국면을 맞이했지만, 인도양은 아랍 문화와 상업의 밝은 경계로 기능했습니다.

  • 정치와 상업의 대비: 오스만 제국 지배 이후 아랍 지역 내부에서는 정치적 무관심과 정체가 두드러졌지만, 인도양 지역의 아랍인들은 해상 무역과 문화적 영향력을 지속했습니다.
  • 하드라마우트 상인의 활동: 예멘 하드라마우트 출신 상인과 선교사 가문들은 동남아시아 해안으로 이슬람을 확산시켰습니다. 이는 아랍 내부의 정치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문화·종교적 중심지로서 아라비아가 여전히 기능했음을 보여줍니다.
  • 아랍어 문자의 확산: 아랍 문자는 근세 이후에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슬람 문명의 기록 언어로 활용되었으며, 이는 음악적 푸가처럼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적 코드로 작용했습니다.

결론

중세와 근세는 정치적으로는 쇠퇴와 일식의 시기였으나, 인도양 아랍인들은 상업적 이동성과 종교적 전파를 통해 아랍 문화의 지리적·문화적 확산을 주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언어(’arabiyyah)는 아랍 정체성을 규정하는 강력한 요소로 남아, 정치적 쇠퇴에도 불구하고 문화 공동체(Kulturnation)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근간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