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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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구동성 “지금은 재정적자를 확대할 때가 아닙니다”

연방정부 예산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정부는 경기침체, 전쟁,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서는 막대한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위기가 끝난 후에는 재정 상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2025년 6월 3일, 뉴욕타임스는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세금 및 지출 법안은 이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실업률이 낮고 경제가 대부분의 지표에서 탄탄한 상황에서 수조 달러의 부채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는 다음 경기침체 시 정부가 경제를 구하기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원은 이번 주 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통과된 대부분의 감세 조치를 연장하고 팁을 받는 근로자, 사업자 등에게 새로운 세금 혜택을 줄 예정입니다. 지출도 늘어나지만 세금 감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 법안은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에 수조 달러를 추가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최근 수십 년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팽창한 국가 부채에 적신호를 더하는 것입니다. 클린턴 대통령 임기 말인 2000년, 연방정부 부채는 연간 경제 생산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의 감세와 지출 확대를 거치면서 GDP 대비 부채는 약 3배 증가하여 현재는 약 10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전문가들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H. 로머는 “높은 부채 수준과 높은 적자, 그리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 압박이 점점 증가하는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제 투자자들조차 불안해하기 시작한 상황이므로, 이번 법안으로 인해 매우 우려가 큽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공통으로 표명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우리가 재정 상태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 더글러스 W. 엘멘도프(하버드대 경제학자)

로머 교수 등 여러 경제학자들은 “정부에 자금을 빌려 주는 투자자들이 결국 등을 돌리거나, 높은 이자율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자 부담이 부채를 더 늘리고, 차입 비용은 악순환적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양호할 때조차 부채를 키우면, **전쟁·금융위기 같은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 여력이 떨어집니다. 이미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지출은 국방비를 넘어섰으며, 하원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2034년엔 연방 부채가 GDP의 125%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이자 前 의회예산처(CBO) 국장인 더글러스 엘멘도프는 “나쁜 시기가 오기도 전에 신용 한도를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면 경기 침체는 더 깊어지고, 회복은 더디어져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스왑센터의 수석 채권전략가 캐시 존스는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어려워지고, 차입 비용 상승은 가계·기업 전체의 금융 비용을 끌어올려 경기 회복을 제약한다”고 지적합니다.

■ 신뢰 상실의 위험

지난 수십 년간 ‘재정 매파’들은 비슷한 경고를 해 왔지만, 대공황 후폭풍(2008)과 팬데믹(2020~21) 때조차 국채 수요는 건재했습니다. 문제는 ‘심리적 임계점’입니다.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들도 불안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는 등 국채 매력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가 엿보입니다. 엘멘도프 교수는 “미국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음 경기 침체가 왔을 때 정부와 연준이 과거처럼 적극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높은 물가가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제약할 수 있고, 의회 역시 이미 높은 부채에 추가 지출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머 부부 연구(2019)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120% 안팎인 국가는 금융위기 때 부양책 규모가 작아 경기 회복이 더딘 경향을 보였습니다.

■ 역사적 관례와의 결별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기 침체기엔 큰 적자, 호황기엔 긴축으로 균형을 맞춰 왔습니다. 레이건·클린턴 정부가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 때도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집행했지만 이후엔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엔 호황기에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행정부(2017)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경기 호조 속에서도 대규모 적자 재정을 유지했고, 현재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도 추가 감세·지출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UC버클리 연구 결과, 과거엔 향후 적자 전망이 나빠지면 의회가 세금 인상·지출 삭감을 병행했지만, 최근엔 “아픈 선택은 피하려 한다”고 앨런 오어바흐 교수는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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