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6일
04-15-1520
    • 빙하 크레바스에서 살아 돌아와 외계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 우주 탐사와 인류 문명의 미래를 냉철하게 진단하다

 

빙하 틈새에서 죽음을 넘다

1968년, 스위스 로잔 출신의 한 청년이 알프스 등반 도중 빙하의 크레바스(crevasse, 빙하 균열)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얼음 벽 사이에 몸이 끼어 움직일 때마다 깊이 빨려 들어갈 위기에 처했지만, 동료들의 사투 끝에 피투성이가 된 채로 가까스로 구조되었습니다. 그 청년이 바로 훗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외계행성(exoplanet)을 발견한 천체물리학자 미셸 마요르(Michel Mayor)입니다.

그 사고가 없었다면 마요르는 천체물리학자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는 1995년, 태양계 밖에서 인류 최초의 외계행성을 발견하며 천문학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그 공로로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84세로, 마드리드 콘데 두케 문화센터(Centro Cultural Conde Duque)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하던 중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인터뷰는 2026년 4월 14일자 지면에 게재되었습니다.

외계행성 탐사, 그 반세기의 여정

마요르가 처음 외계행성을 발견한 1995년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의 수는 6,000개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단 하나의 발견에서 출발한 탐사가 반세기도 채 되지 않아 수천 개의 새로운 세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마요르는 이 여정을 “혁명”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이제 진정한 과제는 그 행성들 중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생체 지표(biomarkers)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생체 지표란 생명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정 분자 혼합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하여 이를 감지할 수 있다면 생명체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운용 중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다양한 분자 탐지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구와 유사한 암석형 행성에서의 생체 지표 탐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요르는 이 목표에 도달하려면 현재 건설 중인 유럽 초대형 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 ELT, 주경 직경 39미터)과 같은 차세대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러한 장비가 갖추어지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잊지 않았습니다.

달 탐사 경쟁과 화성 이주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

마요르는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달 탐사 경쟁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아폴로 계획 당시의 미소 우주 경쟁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 바뀐 것뿐이라고 진단하면서, 달 탐사가 과학적 목적보다 정치적 자존심 경쟁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폴로 임무가 달 암석의 동위원소 분석 등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것은 사실이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달 뒷면에 전파 망원경 기지를 세우는 구상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화성 이주론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다음 세기에 100만 명의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혀온 데 대해, 마요르는 “매우 비판적”이라는 말로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화성은 대기가 거의 없으며, 인간이 살 수 있도록 화성 환경을 지구화하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조차도 화성에 비하면 낙원이라며, 기후 변화가 아무리 심각해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리 법칙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더 먼 외계행성으로의 이주 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요르는 물리학적 현실을 냉정하게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로부터 약 30광년 거리에 지구와 흡사한 행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은하계의 광활한 규모에서 보면 이는 매우 가까운 거리입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Artemis) 2호 우주선이 달까지 이동한 속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그 행성에 도달하는 데 수백만 년이 소요됩니다. 가속과 감속에 필요한 에너지 또한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마요르는 이를 근거로 “외계행성 식민지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존재하여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다 해도, 그들 역시 동일한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30광년이라는 거리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극복 불가능한 장벽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류의 멸종은 필연적 사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기는 부분은 인류의 장기적 운명에 관한 마요르의 발언입니다. 그는 고생물학적 관점에서 모든 생물 종은 탄생과 소멸의 주기를 가지며, 인류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가 추산한 인류의 남은 수명은 약 100만 년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호모 사피엔스가 한번 출현했으니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는 결국 동물의 일종이며 언젠가 멸종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위험 요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6,7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과 같은 천문학적 재앙의 가능성입니다. 둘째, 약 20억 년 후에는 지구가 태양계의 거주 가능 구역(habitable zone)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천문학적 변화입니다. 셋째는 인류 내부의 위험, 즉 역사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극단적 권력자들에 의한 파멸 가능성입니다. 그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초대형 핵폭탄을 개발해 대기시키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소행성보다 오히려 그 폭탄을 인류 스스로 잘못 사용할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요르의 이 발언은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의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지구와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권고로 읽히기도 합니다.

우주와 인류의 미래에 관한 과학자의 거대한 이야기는 얼핏 일상과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84세의 과학자가 여전히 강연장을 찾고, 청년 같은 열정으로 우주의 미래를 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귀감이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접하려는 자세는 인지 기능을 활성화하고 삶의 보람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천문학, 우주 과학, 자연 다큐멘터리 등에 관심을 가지셨다면, 도서관이나 지역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과학 교양 강좌를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서울 및 수도권 각 지역의 50플러스 센터에서는 과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www.kofac.re.kr)에서도 시니어를 포함한 일반인 대상 과학 문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요르가 강조했듯이, 지구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보금자리입니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곧 지구 위에서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사는 방법임을 다시금 되새겨 볼 만합니다. 건강 관련 궁금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전화 1577-1000) 또는 보건복지부 상담 전화(129)를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출처: El País, 2026년 4월 14일자 32페이지, 미셸 마요르(Michel Mayor) 인터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