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을 둘러싼 이야기는 대개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여겨보아야 할 변화는 다른 곳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로 집을 빌려주는 사람, 곧 임대인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최근 발표된 한 조사는 이 흐름을 또렷한 숫자로 보여 줍니다.
임대인의 60%가 55세 이상인 나라
독일은 국민 상당수가 남의 집을 빌려 사는 이른바 세입자의 나라입니다. 세입자 단체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천만 가구가 넘는 4,400만여 명이 임대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 집을 공급하는 핵심 주체는 대기업이 아니라 개인 임대인이며, 이들이 전체 주택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개인 임대인들이 빠르게 나이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경제연구소(IW Köln)와 부동산 플랫폼 기업 도이칠란트이모빌리엔이 해마다 함께 펴내는 민간 임대인 보고서를 보면, 임대인 가운데 65세 이상이 30%, 55세 이상으로 넓히면 60%에 이릅니다. 반면 35세 미만 임대인은 단 5%에 불과합니다. 같은 연령대가 전체 인구에서는 38%를 차지하는 것과 견주면 불균형이 뚜렷합니다. 이전 조사에서 11%였던 젊은 임대인 비율이 최근 5%로 줄었다는 한 가지 숫자만으로도 세대 간 이동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독일 개인 임대인의 평균 연령은 58세입니다.
물려받아도 이어가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자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옮겨 간다는 데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통해 적지 않은 부동산이 자녀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함께 진행한 독일경제연구소의 금융·부동산 시장 책임자 미하엘 포익틀랜더(Michael Voigtländer)는, 정작 그 자녀들이 임대업을 이어받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분석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임대 관리에 얼마나 시달리는지, 그에 비해 수익은 얼마나 변변치 않은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도와 환경의 변화가 겹칩니다.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임대료 상한제(Mietpreisbremse), 복잡한 보조금 규정, 수리 인력 부족, 그리고 낡은 건물을 고쳐야 하는 에너지 개보수(Sanierung) 의무가 임대업의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실제로 개인 임대인이 가진 집은 대부분 1949년에서 1994년 사이에 지어진 노후 주택입니다. 한 부동산 경제 전공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가 부동산을 자산으로 여기면서도 직접 집을 사서 세를 놓기보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간접 투자를 선호한다고 전했습니다. 손이 덜 가고 수익은 더 기대할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독일 주택소유주 단체인 하우스운트그룬트(Haus und Grund)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우려를 내놓았습니다. 새 난방기구법(Heizungsgesetz)에 따라 임대인이 화석연료 난방기를 새로 들이면 앞으로 발생할 난방비의 일부를 떠안아야 하는데,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는 히트펌프(Wärmepumpe)를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비용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차라리 임대를 접는 편이 낫다는 조언까지 내놓아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동네 집주인이 사라진 자리
개인 임대인이 물러난 자리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수리가 필요한 집을 사들여 가치를 끌어올린 뒤 투자 상품으로 되파는 전문 기업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시장이 한두 채를 가진 개인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수익률을 따지는 법인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이 변화를 마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개인 임대인의 43%는 새로 계약을 맺을 때조차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법으로 올릴 수 있는데도 세입자와의 관계를 생각해 양보해 온 것입니다. 전문 법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이런 인정(人情)의 여백은 점점 사라질 것입니다. 좋은 입지에 현대적 기준을 갖춘 집, 그리고 단독주택 임대의 상당 부분을 개인이 공급해 온 만큼, 그 기반이 약해지면 세입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함께 좁아집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자산 이야기
이 독일의 풍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당수 시니어가 노후를 부동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집 한 채, 작은 상가 한 칸을 세놓아 생활비를 보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시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 제도의 변화, 전세사기 파문, 보유세 부담은 개인 임대인이 시장에 머물 이유를 점점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녀 세대의 생각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번거로운 관리와 분쟁의 위험을 떠안기보다, 물려받은 자산을 정리해 더 간편한 금융 투자로 갈아타려는 흐름이 분명합니다. 개인 임대인이 시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기업형 임대가 대신할 때 임대료와 거주 조건이 더 깐깐하게 계산될 것이라는 독일의 경고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효율보다 오래 지켜온 질서를 생각할 때
오랜 세월 동네의 집을 관리하며 세입자와 얼굴을 맞대 온 개인 임대인은 단순한 돈벌이의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임대 시장의 다양성과 안정을 떠받쳐 온,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반이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평생 일군 부동산을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 넘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인간적 질서를 어떻게 지켜낼지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공동체의 숙제입니다.
해법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합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합리적 규제는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개인 임대인이 시장을 떠나도록 등을 떠미는 과도한 부담은 결국 세입자에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는 점도 함께 헤아려야 합니다.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책임을 물을 것은 묻는 균형, 그리고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작동해 온 질서를 함부로 허물지 않는 신중함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붙들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독일의 일간지 디벨트(Die Welt) 2026년 6월 4일자 10면 경제면(WIRTSCHAFT UND GELD)의 임대시장 고령화 관련 보도, 그리고 독일경제연구소(IW Köln)와 도이칠란트이모빌리엔(Deutschland.Immobilien)이 공동 발표한 민간 임대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본 칼럼은 원문 보도를 직접 인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해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