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발 경고가 한국 경제에게 던지는 물음
영국에서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단순한 경기 부진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들이는 세대 자체가 노동 시장의 문턱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바다 건너의 일이라며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소식입니다.
영국상공회의소(BCC)가 최근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영국의 청년 실업률은 올해 16.9%에서 내년에 17.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체 실업률도 5%에서 5.5%로 높아지고, 경제 성장률은 올해 0.9%에 그친 뒤 내년 1%, 2028년 1.3% 수준의 더딘 회복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영국의 성장은 사실상 전체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의 성과에 크게 기대고 있는 구조입니다. 노동당 내각에서 장관을 지낸 앨런 밀번(Alan Milburn)은 정부가 서둘러 손쓰지 않으면 2030년대 초까지 일자리도, 교육이나 훈련의 기회도 갖지 못한 청년이 12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특정 기관의 예측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국립통계청(ONS) 집계에서는 지난 4월 물가 상승률이 2.8%로, 전달의 3.3%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망과 현실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기 마련이며, 경고의 무게를 인정하되 수치를 과장 없이 읽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이 청년의 첫 일자리를 지우고 있는 것일까요.
BCC는 두 가지를 지목합니다. 하나는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입니다. 과거 사회 초년생이 맡아 경력을 쌓던 입문 단계의 업무가 AI 도구로 대체되면서, 청년이 발을 디딜 출발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건비 부담입니다. 영국의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기여금 인상과 최저임금 상승으로 사람을 새로 뽑는 비용이 커지자, 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대상이 경험 없는 신입 채용이라는 분석입니다. 약자를 보호하려 도입한 제도가 정작 그 약자의 진입로를 좁히는 역설인 셈입니다.
이 풍경은 결코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AI 도입 속도가 빠르고 청년 고용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은 곧 누군가의 자녀이자 손주이며, 그 부담은 결국 가정과 사회 전체로, 그리고 시니어 세대의 노후로 되돌아옵니다. 일하는 세대가 줄면 연금과 복지를 떠받칠 기반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기 쉬운 사안일수록, 우리는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나누는 쪽을 택해야 합니다.
독일의 노동 정책에는 지원(Fördern)과 요구(Fordern)를 나란히 두는 오랜 원칙이 있습니다. 기회를 충분히 열어 주되,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책임도 분명히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청년에게 일자리와 훈련의 길을 넓혀 주는 일과,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려는 자세를 기대하는 일은 서로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균형의 한가운데에 시니어 세대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과 분별은, 길을 잃은 청년에게 방향을 일러 주는 가장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를 사회가 부양해야 할 부담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떠받치는 자산으로 바라볼 때,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우려는 비로소 ‘이어 가는 세대’라는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