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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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인공지능을 악용한 투자 사기가 한 해 40퍼센트 급증했습니다. 국내에선 가짜 의사 영상으로 평범한 식품을 불로초처럼 포장하고, ‘2~3만 원쯤이야’ 하는 마음이 바로 그 노림수입니다.

요즘은 화면에 비친 얼굴과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아무리 진짜처럼 보여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사람의 글과 영상, 음성을 전문가 수준으로 똑같이 흉내 낼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와 과장 광고가 시니어의 노후 자금과 건강을 한꺼번에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벌어진 일

영국 금융연합회(UK Finance)가 최근 펴낸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투자 사기로 빠져나간 돈만 2억 2,150만 파운드(약 4,534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한 해 전보다 무려 40퍼센트가 늘어난 규모입니다. 가짜 투자처를 내세워 피해자가 스스로 돈을 보내도록 속이는 이 수법은 한 번에 가로채는 금액이 커서, 여러 금융 사기 가운데 피해액이 가장 컸습니다.

이 단체에서 경제범죄를 총괄하는 임원은 인공지능의 등장이 범행을 한층 손쉽게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명인은 물론 피해자의 실제 가족이나 친구 목소리까지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어, 믿을 만한 상대와 거래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초에는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총재가 한 정치인과 방송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듯한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이 퍼졌고, 이 가짜 영상은 250파운드(약 51만 원)를 11주 만에 100만 파운드(약 20억 원)로 불려 준다는 황당한 광고로 이어졌습니다. 영란은행은 이런 영상에 절대 속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했습니다.

바다 건너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같은 수법은 우리에게도 이미 현실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 의사’ 영상을 내세우거나 평범한 일반 식품을 의약품처럼 오인하게 만든 부당 광고를 적발해 위반 업체 16곳을 행정처분 요청·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는 의약품을 모방한 식품으로만 약 30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광염 완치’, ‘전립선 비대증 회복’, ‘세포 회복 능력을 올려 준다’는 식의 표현이 동원됐는데, 식약처는 이들 제품이 허가받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만큼 광고가 내세우는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적발이 결코 한두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인 양 둔갑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반 식품의 허위·과대 광고는 지난해에만 5천 건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단속의 그물을 빠져나간 광고는 오늘도 짧은 동영상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마치 한 알이면 젊음을 되돌려 줄 불로초인 것처럼 시니어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2~3만 원쯤이야’라는 마음의 빈틈

투자 사기가 한 번에 큰돈을 노린다면, 식품 과장 광고는 오히려 작은 금액을 무기로 삼습니다. 값이 2~3만 원 남짓이다 보니 ‘설마 손해 봐야 얼마나 보겠나, 한 번쯤 속아도 그만’이라는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바로 이 방심이 빈틈입니다. 적발돼도 끊임없이 같은 광고가 되살아나는 까닭은, 속는 사람의 어리석음 탓이라기보다 이 작은 금액의 심리를 정확히 계산한 노림수가 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짧은 동영상에 머무는 시청 시간이 늘어난 시니어일수록 이런 광고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집니다. 영국 금융연합회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자사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사기를 걸러낼 역량을 갖추고도 정작 그 투자에는 인색하다고 비판하며, 이들에게 더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우리 식약처도 올해부터 인공지능 기반 광고 단속 체계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플랫폼과 당국이 제 몫의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는 일은 분명 필요합니다.

광고 문해력, 시니어의 새로운 생존 기술

그러나 제도가 완비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 방패는 시청자 스스로의 분별력, 곧 광고 문해력입니다. 몇 가지만 기억해 두시면 충동을 한 박자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첫째, ‘완치’, ‘단기간 고수익’, ‘이번이 마지막 기회’ 같은 말이 나오면 일단 의심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화면 속 의사나 전문가, 심지어 가족과 지인의 영상·음성까지도 인공지능으로 얼마든지 꾸며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십시오. 돈을 보내거나 결제하기 전에 전화나 직접 만남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셋째, 식품이 질병의 치료나 완치를 내세운다면 그 자체가 법을 어긴 광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째, 권유받은 금융회사가 미심쩍다면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에서 제도권 회사인지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험과 지혜라는 가장 든든한 자산

시니어 세대는 한평생 숱한 거래와 사람을 겪으며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 오신 분들입니다. 다만 그 무대가 종이와 대면에서 화면 속으로 옮겨 갔을 뿐입니다. 새로운 속임수의 문법만 익히시면, 오랜 세월 쌓아 온 분별력은 어떤 기술도 흉내 내지 못하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됩니다. 혹시 이미 속으셨더라도 부끄러워 망설일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한시라도 빨리 알리는 용기가 내 피해를 줄이고, 다음 누군가를 지키는 길이 됩니다. 의심스러운 권유 앞에서는 혼자 결정하지 마시고, 가까운 가족이나 거래 은행,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먼저 상의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경찰청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 신고·지급정지: 112 ▶ 금융감독원 금융사기 신고·상담, 불법사금융신고센터: 1332 ▶ 식품·건강기능식품 부당광고 및 부정·불량식품 신고: 1399 ▶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 fine.fss.or.kr ▶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본인 계좌 일괄 지급정지: payinfo.or.kr ▶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 1372

출처: 이 칼럼은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 2026년 6월 15일자 보도와 영국 금융연합회(UK Finance) 연례 사기 보고서 2026, 영란은행(Bank of England) 2026년 6월 9일 발표를 바탕으로 한 캐어유 뉴스 보도를 토대로 하고, 국내 사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12월 온라인 식품 부당광고 적발 발표와 202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허위·과대광고 통계 등을 교차 확인해 재구성했습니다. 환율은 1파운드 약 2,046.85원(2026년 6월 16일 조회)을 적용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