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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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연구에서 출발한 민간 혁신이 암 조기 진단 기술로 이어지기까지, 시장의 활력과 사회적 가치를 잇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둘러싼 논의를 짚어 봅니다

시장의 경쟁과 이윤 추구는 흔히 공공의 이익과 부딪치는 가치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는 이 둘이 서로 등을 돌리는 관계가 아니라 손을 맞잡을 때 더 큰 사회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영국 노동당의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 의원이 내세운 이른바 ‘진보적 자본주의(progressive capitalism)’ 구상이 있습니다. 스트리팅 의원은 2024년 7월부터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을 맡았다가 2026년 5월 그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는 평의원 신분이며, 노동당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그가 자신의 구상을 설명하며 든 사례는 영국의 공학자이자 창업가인 빌리 보일(Billy Boyle)의 이야기였습니다. 보일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익힌 초소형 화학물질 감지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2004년 동료들과 함께 아울스톤(Owlstone)을 세웠습니다. 본래 군사와 산업, 보안 분야에서 미세한 화학 성분을 잡아내려고 개발된 기술이었으니, 대학의 기초 연구라는 공공의 씨앗이 민간 기업의 혁신으로 자라난 셈입니다. 그의 행보가 크게 바뀐 것은 2014년 아내를 대장암으로 떠나보낸 개인적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더 일찍 병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같은 센서 기술을 암 조기 진단에 적용하기로 결심하고 2016년 아울스톤 메디컬(Owlstone Medical)을 따로 분리해 세웠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호흡 생검(breath biopsy) 기술은 사람이 내쉬는 숨에 섞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분석해 질병의 신호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날숨만으로 폐암이나 대장암 같은 질환을 비교적 간편하고 몸에 부담이 적게 조기에 가려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회사는 10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의료비 15억 달러(약 2조 2,650억 원)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으며, 2023년까지 누적 1억 5천만 달러(약 2,265억 원)가 넘는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호흡 분석을 통한 진단 기술은 아직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로, 그 효과와 적용 범위는 앞으로 더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리팅 의원은 이 사례를 통해 이윤과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동력이 공공의 선과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초기 단계의 혁신 기업이 그 성과를 키워 더 많은 사람에게 닿게 하려면 민간의 모험 자본과 영리적 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을 그저 신자유주의의 실패로만 규정하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았으며, 시장 경제의 진짜 문제는 지나친 경쟁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도전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경쟁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구상이 영국 정치권에서 곧바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같은 노동당 안에서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 앤디 번햄(Andy Burnham) 등은 핵심 산업과 공공 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간의 혁신을 앞세울 것인가, 공적 소유를 넓힐 것인가 하는 물음은 복지와 성장의 조화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으로,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스트리팅 의원이 함께 짚은 재정 건전성의 무게만큼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는 나라 살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복지 국가를 떠받치는 양보할 수 없는 전제라고 강조하였는데, 이는 영국 통계청(ONS) 자료 기준 2026년 4월 말 영국의 공공부문 순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94퍼센트로 196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현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이 논쟁은 멀리 떨어진 남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활력과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가 하는 고민은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보일의 기업이 매달린 화두인 조기 발견은 첨단 기술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미 누릴 수 있는 제도 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을 통해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 여섯 가지 주요 암을 지원하며,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대부분 무료이거나 적은 본인부담으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검진 대상과 주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전화 1577-1000)에, 암 관련 정보나 상담은 국가암정보센터(전화 1577-8899)에 문의하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윤과 공익을 함께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은 청년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려는 시니어에게도 충분히 열려 있는 영역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누리집 www.socialenterprise.or.kr)에서 분야별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균형에 있습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직접 떠안는 방식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두는 방식도 아닌, 재정의 토대를 든든히 지키면서 민간의 활력이 공공의 선으로 흘러가도록 길을 터 주는 분별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께서는 절약과 자조의 미덕, 그리고 한 사회를 지탱해 온 질서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그 오랜 경험과 신중함이야말로 성장과 복지 사이에서 합리적 기준을 찾아가는 우리 사회의 든든한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출처 이 글은 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에 실린 존 렌툴(John Rentoul)의 정치 칼럼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주요 사실관계는 영국 정부 및 의회 자료와 주요 외신 보도, 아울스톤 메디컬 공식 자료, 영국 통계청(ONS) 2026년 자료를 통해 별도로 확인하였습니다. 환율은 2026년 6월 중순 기준 1달러당 약 1,510원을 적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