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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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인공지능(AI)에게 국가시험의 출제 경향을 학습시켜, 실제로 출제될 문제를 상당한 정확도로 알아맞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2026년 6월 18일자 지면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불편한 한 장면을 전했습니다.기술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단속하기조차 어려운 새로운 회색지대가 교육 현장에 열렸다는 신호입니다.

20년치 기출문제를 학습한 인공지능

보도에 따르면 이 학생들은 지난 1년 동안 거대언어모델(LLM)에 지난 20년치 기출문제와 교과 과정, 수업 내용, 전국 시험 결과의 추이를 함께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여러 과목에 걸쳐 출제 문항을 지난해에는 85퍼센트, 올해에는 90퍼센트 이상 맞혔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학생 본인들의 주장일 뿐 독립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다는 점을 먼저 짚어 둡니다. 영국의 GCSE(중등교육 자격시험)와 A-level(대학입학 자격시험)은 우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견줄 만한 국가 단위 평가인데, 최근 이들이 치른 수학과 프랑스어, 화학과 생물 시험이 인공지능이 예측한 시험지와 거의 일치했다고 합니다.

부정행위가 아니다라는 항변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의 태도입니다. 가명으로 등장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교사들도 수십 년 동안 시험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해 왔으니, 자신들의 행위는 그 진화한 형태일 뿐이며 자료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여전하다는 논리입니다. 한 학생은 자기 세대가 이미 많은 것을 빼앗겼으므로 무언가 얻어내는 것이 마땅하다는 정서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들이 예상 문제지를 다른 학생에게 팔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도덕이 아니라 적발 위험 때문이었다는 점은, 이 영리함의 바탕에 무엇이 빠져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그 배경에는 구조적 냉소도 깔려 있습니다. 한 해 약 1만 파운드(약 2,04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듣는 대학 강의가 인공지능 챗봇과 다를 바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영국 학생들의 글이 온라인에 적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쪽이 먼저 기술에 기대니 배우는 쪽도 거리낌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젊은 세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적지 않은 청소년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과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오히려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록해 둡니다.

적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

교육 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잉글랜드의 시험 규정 기관인 오프퀄(Ofqual)은 첨단 기술을 동원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감독 강화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시험장에는 스마트 안경이나 무선 이어폰 같은 장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대학의 학사 관리자는 최근의 부정행위가 정교한 탐지가 아니라 동료 학생의 제보로 드러났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확인하는 부정행위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출제 예측은 머릿속에 남는 것이어서, 기기처럼 압수하거나 적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길게 보면 누구의 손해인가

이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립니다. 20년 넘게 한 명문 학교를 이끌어 온 교장은, 시스템을 공략하는 방식이 당장은 유리해 보여도 길게 보면 학생 자신에게 손해라고 진단합니다. 직장과 삶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순간은 무수히 찾아오며, 회복탄력성과 자제력, 스스로의 힘으로 배우는 경험이야말로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반면 학교의 인공지능 도입을 자문하는 한 교육 전문가는, 이를 부정행위로 단정하기보다 모든 산업이 인공지능의 예측 기능을 활용하는 흐름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변화한 세계와 젊은 세대의 역량을 담아내려면 시험과 평가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실에 던지는 질문

한국의 사정도 멀지 않습니다. 수능과 내신, 그리고 거대한 사교육 시장 속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제 풀이와 출제 경향 분석은 이미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기술을 막는 것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습니다. 정작 물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측정하려는 진짜 실력이 무엇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평가 제도가 그 실력을 제대로 가려내고 있는가입니다. 정답을 미리 좁혀 외우는 능력만이 곧 실력이라면, 그 평가는 이미 시대에 뒤처진 것일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영리하게 빠져나가는 일과 정직하게 익히는 일은 결코 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지름길은 빠르지만, 사람을 길러 내지는 못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살아온 시간이 일러 주는 진실이 바로 이것입니다. 당장은 더뎌 보여도 정직하게 쌓은 노력은 결국 한 사람의 인격과 실력으로 남습니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판단을 돕는 보조 수단이지,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사람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세대 간의 지혜가 만나야 할 때입니다. 젊은 세대의 기술 감각과, 정직과 절제의 가치를 몸으로 겪어 온 시니어 세대의 경험은 서로 등을 돌릴 일이 아닙니다. 질서와 정직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지키되, 시대에 맞지 않는 평가 제도는 합리적으로 고쳐 나가는 균형. 그 균형을 잡아 주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든든한 안전망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