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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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대개 비슷한 답을 떠올립니다. 골고루 잘 먹고, 부지런히 걸으며, 잠을 충분히 자라는 것입니다. 모두 옳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영국 학계에서 나왔습니다. 하루 단 몇 분이라도 노래를 부르고 글을 읽으며 그림 한 점을 들여다보는 예술 활동이, 과일과 채소를 챙겨 먹거나 1만 보를 걷는 일에 못지않게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입니다.

예술을 처방하는 시대

이 주장을 내놓은 이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로 꼽히는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데이지 팬코트(Daisy Fancourt) 교수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예술·건강 협력센터를 이끌고 유네스코의 관련 분야 석좌를 맡아 온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팬코트 교수는 얼마 전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의 사상 첫 협력 과학자(Associate Scientist)로 임명되어, 예술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데이터로 증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연장이 그와 손을 잡은 데에는 예술과 과학을 함께 장려한다는 155년 전 설립 취지로 돌아가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도파민은 늘리고 코르티솔은 낮추고

그가 말하는 근거는 막연한 감상이 아닙니다. 규칙적으로 예술을 접하는 일은 일종의 낮은 강도의 심리 치료처럼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기분을 밝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늘리는 한편, 몸이 긴장할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은 낮춘다는 설명입니다. 독서와 음악 감상, 미술관 관람 같은 활동이 몸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되었습니다. 정신 건강을 북돋우는 데서 혈압을 낮추는 데까지 그 효과가 폭넓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주목할 대목은 팬코트 교수 스스로 지적한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예술을 형편이 넉넉할 때나 누리는 사치로 여겨 왔다는 것입니다. 하루 다섯 번 과일과 채소 먹기, 30분 운동, 1만 보 걷기 같은 습관은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널리 퍼졌지만, 매일 15분에서 20분가량 예술을 즐기는 일이 그에 버금가는 이로움을 준다는 사실은 그만큼 조명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입니다.

우리 시니어에게 주는 뜻

이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시니어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거창한 준비나 큰 비용이 없어도,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짧은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며 그림 한 점을 오래 바라보는 작은 실천만으로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도 좋습니다. 색칠하기나 종이접기처럼 완성된 결과보다 만드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는 취미는, 마음을 한곳에 모으면서도 긴장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까운 공공도서관이나 주민센터의 문화 강좌를 활용하시면 부담 없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반가움 속에 지켜야 할 균형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예술 활동이 아무리 이롭다 한들 그것이 질병의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건강에 특별한 우려가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새로운 연구가 반갑다고 하여 검증된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닙니다. 예술은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보탬이되, 어디까지나 정도(正道)를 걷는 관리의 한 축으로 삼는 것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이 오래된 지혜가 값진 까닭은 분명합니다. 좋은 습관이란 본래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몸에 익히는 작은 정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문을 여는 첫걸음은 결국 스스로 내딛어야 합니다. 그리고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라면 즐거움은 곱절이 됩니다. 합창단과 그림 모임, 독서 동아리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예술 활동은 창의적 자극과 사회적 연결을 동시에 선물합니다. 세대를 넘어 손주와 함께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시니어가 지닌 경험과 정서를 다음 세대에 잇는 값진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나직이 불러 보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작은 정성이 건강을 향한 반가운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