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9일
10535_20420_2747

— 중국 민족단결진보법 7월 1일 시행, 두려움보다 무서운 것은 스스로 입을 닫는 일입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광장에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찻집에서 이웃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요즘은 손안의 작은 화면으로 생각을 세상에 띄웁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에게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일, 국경 너머에서 시행에 들어간 법률 하나가 그 당연함에 조용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겉은 ‘단결’, 그 손길은 국경 밖까지

문제의 법은 민족단결진보법(民族團結進步促進法)입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가 지난 3월 12일 통과시키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같은 날 서명한 뒤, 7월 1일부터 효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 예순다섯 개 조문으로 이뤄진 이 법은, 여러 소수민족을 하나의 국가 공동체로 묶으려는 이른바 중국화 정책을 법으로 못 박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가장 큰 논란은 제63조입니다. 이 조항은 중국 밖에 있는 단체나 개인이라도 민족 단결을 해치거나 분열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서방 언론과 법률가들은 이를 자국 영토 밖의 일까지 처벌하려는 역외적용(域外適用), 곧 롱암 관할권(long-arm jurisdiction) 주장이자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이라고 지적합니다. 법은 또 교육과 행정에서 표준 중국어인 보통화(普通話)의 지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종교 활동이 민족 단결에 어긋나지 않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잇단 경고

시행을 앞두고 국제 사회의 우려가 이어졌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법이 종교와 문화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전직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여덟 명은 지난 4월 이 법이 중국이 이미 비준한 열두 건 이상의 국제 인권 규약과 충돌할 수 있다는 서한을 냈습니다. 유럽의회도 같은 달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여야를 아우르는 상원의원들이 6월 법 개정을 촉구했고, 배우이자 티베트 인권운동가인 리처드 기어 씨는 한 유력 일간지 기고에서 이 법을 국경 없는 억압이라 표현하며 티베트에서 다듬어진 통제 방식을 밖으로 넓히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만의 라이칭더(賴淸德) 총통은 자국민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중국 여행과 체류 시 신중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스스로 입을 닫는 일

이 법이 던지는 근본 문제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단결을 해치는 행위인지 법은 또렷이 정의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국 법에서 분리주의(分裂主義)는 무장 독립운동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발언과 옹호, 모금, 문화 활동, 상징적 행위까지도 당국이 위협으로 판단하면 그 범주에 들 수 있습니다.

대만 둥하이대학(東海大學)의 한 연구자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거나 입국을 거부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침묵을 택하는 순간, 베이징은 단 한 명을 기소하지 않고도 법률을 무기로 삼은 이 싸움에서 이미 목적을 이룬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누려 온 사회일수록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위축 효과(chilling effect)입니다.

다만, 중국의 반론도 균형 있게

물론 중국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 공정합니다. 후웨이례(胡衛列) 법무부 부부장은 6월 하순 기자회견에서 제63조를 롱암 관할권이라 부르는 서방 언론의 시각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국가 안보를 지키고 분열에 맞서는 일은 주권국가의 권리이며 국제법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법이 통상적인 인적 교류나 학술과 무역 활동을 가로막지 않는 방식으로 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도 이 법만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 안에서 사람을 곧바로 붙잡을 수는 없으며, 실제 집행에는 해당 국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일반 여행객을 겨냥해 이 조항이 적극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우리 시니어가 새겨야 할 지혜

그렇다면 중국을 오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요. 티베트나 대만의 독립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발언, 신장 위구르족 인권을 겨냥한 조직적 활동, 관련 모금이나 상징적 시위는 위험이 분명히 커지는 영역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은 중국 밖에서 쓴 것이라도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두려움은 금물입니다. 평범한 관광과 사적인 대화까지 문제 삼는 경우는 드뭅니다. 핵심은, 겁에 질려 침묵하는 것과 분별 있게 처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입니다. 권위주의의 시대를 지나 표현의 자유를 손에 넣기까지, 우리 시니어 세대는 그 자유의 값이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질서와 안전을 존중하되, 두려움에 떠밀려 소중한 자유의 원칙마저 내어 주지는 않는 것, 무모한 도발도 위축된 침묵도 아닌 그 사이의 균형을 아는 것이야말로 세월이 준 지혜일 것입니다. 그 분별을, 중국으로 유학이나 출장을 떠나는 자녀와 손주에게도 가만히 일러 두시기 바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출처 및 참고: 이 칼럼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리처드 기어 씨의 기고문을 실마리로 삼아, 민족단결진보법의 조문과 국제 사회의 반응, 중국 정부의 입장을 알자지라, 타이베이타임스, 비전타임스, 국내 방송 보도,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 인용 보도, 국제티베트캠페인 등 여러 매체와 자료를 통해 교차 확인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족 인구 비율(약 91퍼센트)과 국제 인권 규약 열두 건 관련 수치는 각 매체와 유엔 특별보고관 서한이 밝힌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의 실제 적용 범위와 운용 방식은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