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2일
위험한 유혹 “데이 트레이더”

사이버 증권사 이용 초단기 투자로 일확천금 꿈꾸다 실패하자 총기 난사 우리도 ‘강건너 불구경’ 할 때 아니다

“이것이 오늘 당신들의 주식거래를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7월29일 미국 애틀랜타시에 있는 2개 증권사 사무실에서 44살의 마크 버튼은 이런 분노와 경멸이 가득 담긴 말을 내뱉으며 권총을 난사했다. 그는 자신이 거래하던 모멘텀 증권사 사무실에서 투자상담 도중 갑자기 투자상담실장과 그의 여비서를 사살한 뒤 객장에서 컴퓨터를 통해 주식투자를 하던 30~40명의 투자가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댔다. 그리고 인근 올테크 투자그룹에서도 마찬가지로 총기를 난사한 뒤 도망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이들 증권사에서 7월9~27일까지 15일 동안에만 주식거래에서 모두 10만5천달러를 손해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자신의 컴퓨터에 남긴 메모에는 ꡒ나의 파멸을 탐욕스럽게 추구했던 사람들을 많이 죽이는 데 충분한 정도까지만 살겠다ꡓ고 적혀 있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화학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를 파멸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초단기 전업투자가”(데이 트레이더 Day Trader)라는 그의 “직업”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얘기다.

도박꾼과 다를 바 없는 데이 트레이더

데이 트레이더란 하루종일 주식을 수시로 사고 파는 단타매매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미국 증시가 수년간 활황장세를 보인 데다 2년 전 소액투자가들도 전문중개인들처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이 풀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증권거래 수수료가 대폭 인하함에 따라 데이 트레이더는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갖고 있던 직업을 내던진 채 전업투자가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한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증권망에 접속한 뒤 순간적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판다. 대개 수천달러어치의 주식 수백주를 산 뒤, 이 주식들이 오르거나 내리고 나서 몇분 뒤에 다시 파는 방식을 취한다. 애당초 기업의 투자계획이나 영업실적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강철 같은 신경, 순간적인 판단력,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인내력 등이 요구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4500~5천여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500여만명의 온라인 아마추어 투자가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다른 직업은 갖지 않은 채 초단기 주식투자회사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해 주식시장 개장부터 폐장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데이 트레이더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하루에 평균 35번 정도 주식거래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데이 트레이더는 아니지만 하루종일 온라인을 통해 주식투자에 매달리는 미국인도 2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은 사고 파는 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돈을 빌리게 되며, 그중 대부분은 투자한 돈을 다 잃은 뒤 결국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초단기 게임에 어울리지 않게 단지 환상만을 좇는 초보들이 여기에 몰려든다는 데도 그 이유가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데이 트레이딩은 심리적으로 심각한 불안을 야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헨들린은 ꡒ순식간에 이득이나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ꡓ며 ꡒ손실을 보면 주변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이유없이 화를 내게 된다ꡓ고 밝혔다. 도박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단기 주식투자회사들은 이런 위험성은 별로 알리지 않고 오히려 일확천금을 올릴 수 있다는 점만 과대포장한다. 문제의 올테크 투자그룹도 최근 과장된 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27만8천달러를 배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격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이 직업은 회사중역, 정리해고자, 퇴직자, 대학졸업생 그리고 전자매매를 통해 무한대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누구에게나 적합하다”고 광고했다.

우리나라도 사이버 증권사 곧 출현

이번 참극에도 불구하고 미국 초단기 주식투자회사 객장에는 여전히 많은 데이 트레이더들이 북적거리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어두운 객장, 컴퓨터에 매달린 퀭한 눈, 그리고 널려 있는 빈 소다캔과 커피잔…. 장기적인 노력보다는 타이밍과 운으로 성공을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사이버 증권사 출현을 눈앞에 둔 우리에게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종생 기자 parkjs@mail.hani.co.kr

박종생 기자님의 글은 너무 극단적인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단기 매매가 수익률이 낮을 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이러한 초단기 매매를 통해 짧은 시간내에 자산을 축적하는 신흥 초단기 매매집단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고, 실패가 있는 반대에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