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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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드는 중국이 정년을 마친 숙련 전문 인력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청년 구직 시장과의 마찰이라는 새로운 숙제도 함께 안겨 주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SCMP)는 최근 중국의 여러 공공 부문이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른바 ‘백발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년으로 현장을 떠났던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들여, 오랜 세월 쌓아 온 경험과 기술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쓰촨성의 한 대학에서 전기공학 교수로 일하다 정년을 맞은 62세 루 씨입니다. 그는 오는 9월부터 같은 대학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다시 근무하며,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연구 과제를 이어 가게 됩니다. 대학 측이 경험이 풍부한 그에게 남은 연구를 계속 맡기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받게 될 급여는 퇴직 전보다 줄어든 월 1만 위안(약 200만 원, 원·위안 환율 위안당 약 200원 기준) 안팎입니다. 다만 이미 연금을 받고 있어 대학은 별도의 사회보장보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루 씨는 금전적 보상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가파른 인구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3억23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3%에 이릅니다. 이 비중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남성의 법정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3세로, 여성 사무직 근로자의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과 함께, 이미 은퇴한 인력을 다시 활용하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윈난성 교통 당국은 지난달 은퇴 기술자 42명을 사업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젊은 직원들을 지도하도록 했고, 푸젠성 취안저우시도 올해 초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대학가에서도 안후이성·헤이룽장성·산둥성 등지의 여러 대학이 퇴직 교수 재채용 공고를 잇달아 냈으며, 의료계에서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한 공립 병원이 지난달 말 은퇴한 의사 5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시니어의 경험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 잠재력에 주목합니다. 중국 정부 산하 광둥개혁학회의 펑펑 회장은 중국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집에서 쉬고 있는 건강한 은퇴자가 상당수에 이르며, 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오랫동안 논의돼 온 과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퇴직자 재채용이 자칫 매년 쏟아지는 수백만 명의 대학 졸업생에게 또 다른 경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펑 회장 역시 정책 당국이 고령화 부담을 덜기 위해 시니어의 노동시장 복귀를 기대하는 반면, 청년들은 이미 매우 치열한 취업 경쟁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년 정책 개혁은 충분한 평가를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의 사례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시니어 재고용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다져진 시니어의 숙련과 판단력은 하루아침에 대체하기 어려운 사회적 자산입니다. 건강하고 일할 의지가 있는 시니어가 그 경험을 이어 갈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안정을 떠받치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방향은 신중하고 균형 잡힌 것이어야 합니다. 시니어의 복귀가 청년의 첫 일자리를 밀어내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대가 자리를 두고 다투는 구도가 아니라, 경험 있는 시니어가 후배를 이끌고 청년이 새로운 활력을 더하는 상생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니어에게 합당한 역할과 자리를 제공하는 지원과 함께, 그 역할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요구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어느 세대도 부당하게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합의 위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니어를 부담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라보되, 그 활용이 세대 간 질서와 공정이라는 원칙 위에서 이루어질 때, 고령화라는 도전은 비로소 우리 사회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