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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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2026년 7월 20일 앤디 버넘(Andy Burnham) 신임 총리를 맞이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전 총리의 사임으로 노동당 대표에 오른 그는 취임과 거의 동시에 이른바 ‘사망세(death tax)’ 도입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며 찬반 논란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사회적 돌봄 개혁을 위해서라면 어떤 정치적 대가라도 치르겠다는 각오까지 밝혔다고 영국 더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오래된 난제 앞에서 정치가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곳이 결국 국민의 지갑이라는 익숙한 습성을, 이번 논란은 다시 한 번 드러냅니다.

‘사망세’란 무엇인가

버넘 총리의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는 2010년 보건부 장관 시절, 국가 돌봄 서비스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사망 시 전체 유산의 10퍼센트를 일괄 징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보수당은 이를 ‘사망세’로 규정해 강하게 반발했고, 그해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배하면서 이 구상은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러나 버넘 총리는 이후로도 뜻을 굽히지 않았고, 최근에는 보편적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적절한 시점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며, 기존 상속세를 통합해 사망 시 유산에 일괄 과세하는 이른바 ‘돌봄 부과금(care levy)’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실의 문제는 분명합니다

그가 이 문제에 오래 매달리는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현재 영국의 돌봄 비용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시니어가 보유 자산 총액이 2만 3250파운드(약 4,685만원, 7월 21일 매매기준율 1파운드 약 2,015원 적용)를 넘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돌봄 비용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시니어가 평생 지켜온 집까지 팔아 요양비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립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부친을 직접 간병한 버넘 총리는, 취약한 계층일수록 더 많은 비용을 떠안고 한평생 일군 재산을 모두 잃게 되는 구조가 지나치게 불공정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이 문제의식 자체는 정당합니다.

그러나 ‘증세’가 답은 아닙니다

문제는 해법입니다.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대로 된 운영 계획과 대응책을 세우기보다 세금 인상으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비판, 복지 확대를 명분 삼아 국민 부담을 늘리는 오래된 방식이라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실제로 이 대목에는 뼈아픈 역설이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앞서 지원 기준 자산액을 10만 파운드(약 2억원)로 올리고 평생 돌봄 비용의 상한을 8만 6000파운드(약 1억 7,300만원)로 두어 시니어의 자산을 지켜주려던 개혁안을 이미 마련해 두었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백지화한 바 있습니다. 시니어의 재산을 보호하려던 장치는 거둬들이고, 이제 그 재산에 새 세금을 물리겠다는 셈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자산 기준액 2만 3250파운드는 2010년 이후 15년째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기준선은 고정된 탓에, 해마다 더 많은 시니어가 자비 부담 대상으로 끌려 들어왔습니다. 손대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용히 세 부담을 늘려온 셈입니다. 여기에 죽음의 순간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일은, 한평생 모은 재산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문제와 맞닿아 있어 재산권과 세대 간 공정성이라는 예민한 지점을 건드립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역시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돌봄과 복지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증세부터 떠올리는 관성은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그 재원 부족을 손쉽게 국민 부담으로 돌리는 방식은 당장은 편해 보여도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시니어의 안전망을 지키는 일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다만 그 안전망은 규율 있는 개혁과 효율적인 재정 운용으로 지켜야지, 세금이라는 손쉬운 카드로 메워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세금이 꼭 필요한 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재정의 절제와 국민의 신뢰를 함께 허물고, 그 부담은 끝내 보호하겠다던 시니어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죽음에까지 세금을 물을 것인가를 국민에게 묻기 전에, 정부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