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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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폭락장을 몸소 건너오며 시장의 생리를 누구보다 깊이 헤아리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난 한 주 우리 증시가 보여 준 장세는 유난히 거칠고 이례적이었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6월 26일 하루 동안 8800선에서 출발해 장중 8100선까지 밀렸고, 전일보다 519포인트(5.81%) 내린 8411.2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특히 주식 매매를 강제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한 주 사이 두 차례나 발동되었는데, 이는 우리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불과 사흘 전인 23일에도 코스피가 10% 가까이 폭락하며 같은 장치가 작동한 바 있습니다. 이 격랑의 한복판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대형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두 종목으로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이들의 등락이 시장 전체를 쥐고 흔드는 형국이 벌어진 것입니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발 충격’

주목할 대목은 우리 증시의 충격이 거꾸로 세계로 번졌다는 사실입니다. 본래 한국 증시는 전날 밤 미국 시장의 흐름을 뒤따르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습니다. 23일 코스피 폭락 이후 미국 나스닥 지수가 2% 넘게 하락했고, 주요 외신들은 그 방아쇠로 한국 시장을 지목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시장 내부의 빚, 곧 레버리지(leverage)가 위험을 키운 전형적 사례라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주가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펀드 가격이 따라가야 정상인데, 오히려 펀드의 매매가 종목 주가를 뒤흔들었다는 뜻입니다.

그 꼬리의 정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습니다. 이 상품은 한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되어, 기초 주가가 하루 5% 오르면 약 10%의 수익을, 반대로 5% 내리면 약 10%의 손실을 내는 구조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이런 상품 16종이 한꺼번에 상장되었고, 매수에 앞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사전 교육 수료자만 9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할 만합니다.

화려한 수익률 뒤에 숨은 함정

그러나 화려한 수익률의 이면에는 노후 자금을 통째로 녹여 버릴 수 있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입니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고 위아래로 출렁이는 장이 이어지면 원금이 스스로 깎여 나가는 현상입니다. 원금 100만 원으로 시작해 첫날 10% 올랐다가 이튿날 다시 10% 내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반 투자라면 110만 원이 되었다가 99만 원으로, 1%의 손실에 그칩니다. 그러나 두 배 레버리지 상품은 120만 원으로 올랐다가 96만 원으로 주저앉습니다.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원금은 4%가 사라진 셈입니다. 출렁임이 거듭될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레버리지 상품이 장기 보유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는 거래 구조의 허점입니다. 얼마 전 SK하이닉스 주가가 7% 넘게 급락한 날, 유독 한 운용사의 레버리지 상품만 장 마감 직전 49.7%나 폭등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장 막판 동시호가 시간대에는 가격 왜곡을 막아 줄 유동성 공급자(LP)가 호가를 댈 의무가 없는 데다, 변동성완화장치(VI)까지 발동된 상황에서 개인들의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종가에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튿날 40%가 넘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전산 오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국민연금과 노후,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

이 거친 장세는 시니어 독자께 두 가지 묵직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의 노후와 직결된 국민연금입니다. 코스피 급등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기준 약 495조 원으로, 반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다음 달 자산 비중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자산 재조정, 곧 리밸런싱이 재개되면 비대해진 국내 주식을 기계적으로 내다 팔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꺼번에 쏟아 내기보다 충격을 줄이는 분산 매도가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거대한 물량이 매물로 나오는 만큼 수급 불균형과 투자 심리 위축은 피하기 어렵다고 내다봅니다.

다른 하나는 투자 원칙의 문제입니다. 우량주는 결국 오를 테니 묻어 두겠다는 생각으로 레버리지 상품에 노후 자금을 맡기는 것은 시장 구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입니다. 더구나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까지 더해진다면, 하락장에서 감당해야 할 손실은 본인의 자산을 넘어설 수도 있습니다. 현재 코스피200 안에서 두 종목의 비중이 60~70%에 이르는 극단적 쏠림 속에, 시장의 공포 심리를 보여 주는 변동성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오르는데도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언제든 폭포수처럼 쏟아질 수 있다는 긴장감의 반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습니까. 시장에서 권하는 원칙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합니다.

첫째, 막연히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다음 실적 발표 시점처럼 분명한 기한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 진입가와 목표가, 손절가를 함께 정해 두고, 장 막판의 가격 왜곡을 피하기 위해 시장가 대신 반드시 지정가 주문을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예컨대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장부에는 그 두 배인 2000만 원을 베팅한 것으로 기록하여, 한 종목에 자산이 지나치게 쏠리지 않았는지 늘 점검해야 합니다.

투자는 신념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야구공을 하늘 높이 던지면 언젠가 반드시 떨어지듯,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주가는 없습니다. 던진 공이 정점을 지나 떨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을 가늠하듯, 상승의 폭이 줄고 흐름이 흔들릴 때는 한 걸음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시장에 참여하되 휩쓸리지 않는 것, 욕심이 판단을 흐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야말로 여러 번의 호황과 불황을 건너온 시니어 세대의 지혜일 것입니다. 투자는 신념이 아니라 실적과 흐름으로 하는 것이며, 지켜 낸 원금이 곧 다음 기회의 밑천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 둘 때입니다.

출처 :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