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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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느냐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말은 오래된 상식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뇌과학과 영양학은 여기에 한 가지 물음을 더 얹고 있습니다. 언제 먹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2026년 7월 28일자 1면에서 심야 간식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비중 있게 다루었고, 같은 주 미국에서는 이 주제를 사람에게 직접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두 소식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밤늦게 냉장고 문을 여는 습관이 허리둘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제법 선명해집니다.

몸속 시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킬 때

핵심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입니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장기는 약 24시간을 한 바퀴로 삼는 자체 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시계들을 총지휘하는 기관은 뇌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으로, 눈에 들어오는 빛과 어둠을 신호로 시각을 맞춥니다. 반면 간과 장을 비롯한 말초 장기의 시계는 빛이 아니라 음식이 들어오는 시각에 반응합니다. 밤이 깊어 뇌는 잠으로 향하는데 위장에 음식이 들어오면, 말초 장기는 도리어 대사 활동을 시작합니다. 몸 안의 시계들이 서로 어긋나는 셈입니다.

이 어긋남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대표적 연구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연구진의 동물 실험입니다.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보고된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야행성인 쥐에게 일부러 낮에만 먹이를 주었습니다. 쥐에게는 한밤중 야식과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총지휘자인 시교차상핵의 시계는 흔들리지 않았지만,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의 분자 시계는 먹이 시각을 따라 통째로 옮겨 갔습니다. 신경 연결 강도를 나타내는 장기 강화가 줄었고,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도 감소했으며, 새로운 물체를 알아보는 검사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또 하나의 통로는 수면입니다. 뇌는 일반적인 림프계 대신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는 독자적 정화 체계를 운영합니다. 이 체계는 깊은 잠에 들어야 본격적으로 가동됩니다. 뇌세포의 부피가 줄면서 생긴 틈으로 뇌척수액이 흘러들어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데, 이때 배출되는 대표 물질이 치매와 관련이 깊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 amyloid)입니다. 늦은 밤 식사는 소화 기관을 깨워 깊은 잠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습니다. 잠의 총량이 같아도 얕은 단계에 오래 머물면 뇌가 청소에 쓸 시간이 줄어듭니다.

시니어 여성 47명을 여섯 달 추적한 결과

동물 실험을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럿거스대학교 연구진의 임상시험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하는 50세에서 79세 여성 47명에게 하루 500킬로칼로리를 덜 먹도록 지도했습니다. 이 중 26명에게는 하루 식사를 아홉 시간 이내에 마치고 잠들기 최소 네 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른바 시간제한 식사(time restricted eating)입니다.

여섯 달 뒤 두 집단의 체중 감소 폭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공간 계획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에서는 시간제한 식사 집단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습니다. 식사 시간대를 많이 줄인 참가자일수록 향상 폭이 컸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연구 책임자는 체중 감량만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으나, 식사 시각을 앞당기면 추가적인 이득이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확정된 결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릅니다. 참가자가 47명에 불과하고 대상이 과체중 여성에 한정되었으며, 짝지어 기억하기 검사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유의미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연구진 스스로도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에는 앞선 동물 실험의 재현 시도에서 일부 항목이 반복되지 않았고, 2024년 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검토된 여섯 편 중 다섯 편이 긍정적 관련성을 보고했을 뿐 반대 결과도 존재합니다.

절제라는 오래된 지혜

정리하면 현재까지의 근거는 이렇게 읽는 것이 정직합니다. 밤늦은 식사가 뇌에 좋을 이유는 딱히 없고, 식사 시각을 앞당기는 편이 유리할 가능성은 꾸준히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한두 번의 야식으로 기억력이 무너진다는 해석은 근거가 없습니다. 문제는 습관으로 굳을 때입니다.

실행은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주에 삼십 분씩 앞당겨 잠자리 서너 시간 전에 마지막 수저를 놓는 것을 목표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시니어의 야식은 식욕보다 무료함과 외로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 저녁 시간을 가벼운 산책이나 안부 전화로 채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참기 어려운 밤이라면 라면이나 튀김 대신 따뜻한 우유나 삶은 달걀처럼 소화 부담이 적은 쪽을 택하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당뇨병 약이나 인슐린을 사용하시는 분, 위식도 역류나 만성 신장질환이 있으신 분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하셔야 합니다. 임의로 식사 시간대를 줄이면 저혈당 위험이 커집니다.

돌아보면 저녁을 일찍 들고 일찍 자리에 드는 것은 우리 선대가 오래 지켜온 생활의 규율이었습니다. 야식 배달과 심야 방송이 일상이 된 시대에 그 규율은 촌스러운 습관처럼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최신 실험실이 내놓은 결론이 그 오래된 절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근거를 냉정하게 검증하되, 검증된 옛 지혜를 가볍게 버리지 않는 균형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