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이 짚은 자외선 차단제 선택법과 SPF 숫자의 진실
진열대 앞에서 길을 잃는 계절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 디망슈(Le Parisien Dimanche)는 2026년 8월 2일자 지면에서 여름 휴가철 자외선 차단제 선택을 주제로 두 편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파리 동부의 한 대형 매장에는 100종이 넘는 자외선 차단제가 진열되어 있다고 합니다. 보습, 미백, 방수, 어린이용, 민감성 피부용, 해양 생태계 보호용까지 표시 문구는 화려하지만, 정작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 취재진의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는 파리만의 풍경이 아닙니다. 우리 대형마트와 약국의 진열대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격과 브랜드가 성분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 유카(Yuka)의 독성학자 조에 케를로(Zoé Kerlo)는 유명 브랜드이거나 약국에서 판매된다는 사실만으로 논란이 되는 성분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제품을 뒤집어 성분표를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약 3분의 1이 논란 성분 없이 만들어지며, 그 제품들이 특정 가격대에 몰려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례로 언급된 것이 2.50유로(약 4,000원, 1유로 1,600원 환산 기준)짜리 저가 유통업체 제품이었습니다. 값이 곧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저렴한 제품이라고 무조건 열등하지도 않다는 뜻입니다.
유기농 표기가 곧 무해함은 아닙니다
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른바 유기농 제품에 쓰이는 무기 자외선 차단 성분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산화아연(zinc oxide)과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이 그것입니다. 케를로는 산화아연이 해양 생물에 유독하고 햇빛에 노출되면 인체에 유해한 화합물로 분해될 수 있으며, 이산화티타늄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권장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오히려 내분비계 교란 물질을 배제한 유기 자외선 차단 성분, 이른바 화학적 필터 쪽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대목은 신중히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기 필터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견해가 갈리며, 피부 자극이 적다는 이유로 민감성 피부에 권장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내용은 한 전문가와 한 분석 기관의 판단이라는 점을 감안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기농이라는 표기가 자동으로 무해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SPF 30은 30분이 아닙니다
두 번째 기사는 SPF 숫자에 관한 오해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 크리스토프 베단(Christophe Bédane) 교수의 설명을 빌리면, SPF는 일광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 B(UVB)를 얼마나 걸러내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이며, 차단 지속 시간을 뜻하지 않습니다. SPF 30이 30분, SPF 50이 50분을 보호한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입니다. 보호제 없이 5분 만에 피부가 붉어지는 사람이라면 이론적으로 그 시간이 30배, 50배로 늘어난다는 의미이지만, 이는 피부 유형과 햇빛 강도, 바르는 양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계산상의 수치일 뿐입니다.
수치상 SPF 30은 UVB의 약 96퍼센트를, SPF 50은 약 98퍼센트를 차단합니다. 2퍼센트포인트 차이가 사소해 보이지만, 암 연구 기관인 귀스타브 루시 연구소(Institut Gustave-Roussy)는 반복적이거나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100퍼센트 차단 제품은 존재하지 않으며, SPF 100의 추가 이점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베단 교수의 지적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점은 SPF가 자외선 B만을 측정한다는 사실입니다. 피부 노화와 피부암에 관여하는 자외선 A(UVA)까지 막으려면 제품에 넓은 스펙트럼 표기나 원 안에 UVA가 적힌 표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양과 횟수입니다
실험실에서 SPF를 측정할 때 기준이 되는 도포량은 피부 1제곱센티미터당 2밀리그램입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게 바릅니다. 베단 교수는 권장량의 절반만 바르면 효과가 절반이 되는 것이 아니라 10퍼센트 수준으로 급락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얼굴이라면 검지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두 줄 정도의 양이 권장되며, 수영이나 땀을 닦은 뒤, 장시간 노출 시에는 두 시간마다 다시 발라야 합니다. 소비자 단체 크 슈아지르(Que Choisir)의 가엘 랑드리(Gaëlle Landry)는 표기된 차단 수치와 실제 성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독립 연구소의 시험 결과를 참고하라고 권했습니다. 표기를 온전히 믿기 어려울 때의 현실적인 대비책이 바로 SPF 50+ 제품을 골라 두 시간마다 덧바르는 습관입니다.
시니어에게 더 절실한 이유
이 논의는 시니어 독자께 특히 중요합니다. 자외선 손상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며, 그 청구서가 도착하는 시기가 바로 인생 후반입니다. 등산과 텃밭 가꾸기, 파크골프와 걷기 모임처럼 시니어의 건강을 지탱하는 활동 대부분이 한낮의 야외에서 이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야외 활동을 줄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활동은 유지하되 보호를 정교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외선 차단 제품을 기능성화장품으로 관리하며 자외선차단지수와 자외선 A 차단등급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든 표기가 완벽하게 이행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감독 기관의 사후 검증을 꾸준히 요구하되, 소비자 역시 성분표를 읽는 최소한의 수고를 감당해야 합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기준이 필요합니다
화학물질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무조건 배격하는 태도도, 유기농이라는 표기만 보고 안심하는 태도도 모두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검증된 기준과 성실한 습관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방패일 뿐 종일 햇볕 아래 머물러도 좋다는 허가증이 아니라는 베단 교수의 당부는 그래서 무겁습니다. 자외선 차단 의류와 챙 넓은 모자, 그리고 그늘을 찾는 오래된 지혜가 여전히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새로운 상품과 화려한 광고 문구가 넘칠수록,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건강을 지킵니다. 충분한 양을 바르고, 두 시간마다 다시 바르고, 한낮의 뙤약볕은 피하는 일. 시니어 세대가 오랜 세월 몸으로 익혀온 절제와 성실이야말로 어떤 첨단 성분보다 믿을 만한 차단제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