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아르헨티나 최남단 항구 도시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출항한 크루즈선 MV 혼디우스(MV Hondius)호에서 시작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은, 코로나19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 국제 사회에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인터내셔널 에디션이 5월 15일자 지면을 통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선박에서는 최소 11명이 감염되었으며 가장 먼저 확인된 피해자인 네덜란드 국적의 부부 두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풍토병 발병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염의 진원지를 두고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서로의 영토를 지목하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와중에 명확한 과학적 결론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사안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서 한 번쯤 이용하시거나 검토하셨을 남미 크루즈 관광이 이러한 보건 위기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대목입니다.
안데스 변종 한타바이러스, 그 정체와 위험성
이번 사태의 원인 바이러스는 한타바이러스 가운데서도 안데스 변종(Andes species)으로 분류되는 종류입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3개 주에서 토착화되어 있으며, 매년 수 건 수준의 사례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매개체는 베리류와 로즈힙을 먹고 사는 긴꼬리콜릴라고(long-tailed colilargo)라는 작은 설치류이며, 1996년 이래 인간 감염 사례가 꾸준히 기록되어 왔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안데스 변종이 다른 한타바이러스와 달리 인간 간 전염(human-to-human transmission)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2018년 아르헨티나 추붓(Chubut) 주의 에푸옌(Epuyén) 마을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최소 11명이 사망한 전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번 크루즈선의 사례 역시 좁은 선실 공간에서 인간 간 전염이 확산을 키운 정황이 짙다고 현지 의료진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책임 공방이 드러낸 국제 보건 협력의 빈자리
추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첫 번째 피해자였던 네덜란드 부부의 여정이 광범위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부부는 우수아이아에서 승선하기 전 아르헨티나의 와인 산지 멘도사(Mendoza)에서 북동부 미시오네스(Misiones) 주까지 차량으로 20일을 이동하였고, 이후 우루과이에서 2주를 보낸 뒤 4월 1일 크루즈에 탑승하였습니다. 한타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주에서 6주에 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 시점과 장소를 특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 보건 당국은 한 승객으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2018년 네우켄(Neuquén) 주에서 검출된 사례와 가장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네우켄 주 측은 부부가 잠복기 이전에 다녀갔을 뿐이라며 즉각 반박하였습니다. 칠레 보건부 역시 부부의 자국 방문 시점이 잠복기 이전이라며 자국 기원 가능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우수아이아의 쓰레기 매립지가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되자, 현지 주 보건부 대변인은 이를 두고 관광 이미지를 흠집 내려는 외부의 공작으로 의심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책임 회피와 상호 비방의 양상은, 팬데믹 이후에도 국가 간 보건 공조 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 우리가 목도하였던 정보 통제와 책임 떠넘기기의 풍경이, 무대만 바뀐 채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 시니어 여행자에게 남기는 시사점
본 사건이 한국 사회, 특히 해외 여행을 즐기시는 시니어 독자 여러분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습니다. 첫째, 크루즈 여행을 포함한 장기 해외 일정에서는 출발 국가와 경유지의 풍토병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질병관리청과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감염병 정보 채널을 미리 살피시고, 도착지에서의 위생 수칙을 숙지하시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둘째, 좁은 공간에서 다수가 장기간 생활하는 크루즈선의 특성상, 호흡기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코로나19 당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와 같이, 선내 집단 감염은 통제가 결코 용이하지 않습니다. 평소 기저질환이 있으신 시니어 분들께서는 동행 의료진의 진료 범위와 인근 항구의 의료 인프라를 사전에 확인하시는 절차를 권해 드립니다.
셋째, 정부 차원의 대응 측면에서는 입국자 검역과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한층 정교해져야 할 시점입니다. 국내에서는 한타바이러스가 신증후군출혈열의 형태로 오래전부터 보고되어 온 익숙한 질병군이지만, 안데스 변종처럼 인간 간 전염이 가능한 외래 변종이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질서와 합리 사이에서
전염병의 시대를 두 차례 겪어낸 시니어 세대는, 누구보다도 보건 질서의 가치를 깊이 체득한 분들이십니다. 동시에 과도한 공포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손실 또한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우수아이아의 관광 당국자가 자신들을 가리켜 희생양(scapegoat)이 되었다고 호소한 것처럼, 과학적 근거를 결여한 일방적 책임 전가는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따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원칙을 함께 지켜야 하겠습니다. 하나는 안전과 질서를 최우선에 두는 신중함이며, 다른 하나는 과학과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입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하고, 시민 사회는 막연한 불안과 근거 없는 소문에 휘둘리지 않는 분별을 견지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팬데믹의 교훈을 진정으로 자기화하는 길이며, 또한 시니어 세대가 다음 세대에 전하여야 할 살아 있는 지혜라 하겠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