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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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가 새로 만들어 낸 일자리의 절반을 의료와 돌봄 분야가 빨아들이고 있는데도, 정작 생산성은 30년에 걸쳐 뒷걸음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경제신문(日本経済新聞)이 2026년 5월 12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25년도 일본의 평균 취업자는 6,829만 명으로 한 해 전보다 36만 명이 늘었으며, 이 가운데 18만 명이 의료와 복지 분야에 새로 유입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고령화의 손길을 사람의 손으로 메워 가는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 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시니어가 떠받치는 이웃나라의 돌봄 현장

일본 총무성(總務省) 노동력 조사를 보면, 의료·복지 취업자 945만 명 가운데 새로 늘어난 18만 명의 9할 가까이를 여성이 차지하였고, 65세 이상 시니어 취업자도 6만 명이 증가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제조업과 도소매업에서는 각각 17만 명과 14만 명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노동 시장이 사실상 의료·복지 한 분야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유효구인배율(有効求人倍率)을 보아도 보건사·간호사 직군은 2.12배, 사회복지 전문직은 2.69배로 전체 평균 1.10배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일상생활을 떠받치는 필수직(Essential Worker)을 채우지 못하면 경제 활동 자체가 멈춰 서는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노동 투입 2.4배, 그러나 생산성은 13퍼센트 후퇴

문제는 이렇게 사람을 쏟아부어도 효율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본 재무성(財務省)이 지난 4월 17일 재정제도등심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1994년부터 2024년까지 30년 동안 제조업은 노동 투입량을 32퍼센트 줄이고도 부가가치 기준 생산성을 92퍼센트 끌어올렸습니다. 반면 보건위생·사회사업 분야는 노동 투입량이 2.4배로 폭증했음에도 생산성은 도리어 13퍼센트 떨어졌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 2025년 노동경제백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은 연평균 0.8퍼센트, 독일은 0.2퍼센트씩 의료·돌봄 생산성이 상승한 반면, 일본은 매년 1.3퍼센트씩 후퇴하였습니다.

정체의 단면은 현장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일본의 급성기 병상 평균 입원 기간은 2023년 기준 15.7일로 독일과 영국의 두 배에 달하고, 인구는 줄어드는데 진료소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이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양시설에서 돌봄 지원 기기(見守り支援機器)를 도입한 곳은 47.2퍼센트, 직원 간 정보 공유를 돕는 인캠(Intercom)을 갖춘 시설은 22.3퍼센트에 그쳤습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사람의 손에만 의지하는 인해전술(人海戦術)이 굳어진 것입니다.

한국의 거울로 다가오는 일본의 오늘

이 이야기가 우리 시니어 독자께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은, 일본이 걸어온 길의 풍경이 한국의 가까운 내일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퍼센트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6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요양 서비스 수요는 2043년까지 2023년의 2.4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현 수준의 업무 부담을 유지하기 위해 2035년에 약 49만 8천 명, 2040년에는 약 77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앞서 펴낸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 역시 인력 부족 규모가 2032년 38만에서 71만 명, 2042년에는 61만에서 155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보았습니다. 2026년 3월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을 둘러싸고도 지자체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원과 요구의 균형, 그리고 시니어 세대의 역할

여기에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두 갈래로 모입니다. 첫째, 돌봄을 사람의 손으로만 메우려는 발상은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일본 사회보장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시설 집약과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전환을 강조하고, 서비스 품질에 따른 가격 차등화까지 거론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돌봄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이 효율을 책임진다면, 그 효율 위에 따뜻한 손길과 윤리적 책임을 얹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국가와 사회는 시니어 세대가 존엄을 잃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을 보장하되, 시니어 스스로도 건강과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다음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합리적 기준을 지켜 가야 합니다. 인해전술만으로는 결코 인구 구조의 변화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분석 위에 기술과 제도, 그리고 세대 간의 책임 분담이 조화롭게 자리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일본이 빠져 있는 생산성의 늪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야말로, 그 균형의 한가운데에서 사회의 안정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