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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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사회와의 끈을 놓고 살아가는 일본의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본인의 평균 연령이 36.9세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공표되었습니다. 일본의 비영리법인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회 연합회가 가족 278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를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서 32.7세였던 본인 연령은 4.2세 높아졌고, 부양하는 가족의 평균 연령도 62.8세에서 66.3세로 함께 올라갔습니다. 자녀와 부모가 한 가정 안에서 동시에 늙어 가는 이른바 동반 고령화가 통계로 굳어진 셈입니다.

8050 문제, 표어를 넘어 사회 통계로

이 조사가 무겁게 다가오는 까닭은 단순히 숫자 때문이 아닙니다. 50대 자녀를 80대 부모가 부양한다는 이른바 8050 문제는 그동안 일본 시민사회의 경고성 표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그 표현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실제 가구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실임을 보여 줍니다. 가족이 자유롭게 적어 낸 응답란에는 연금만으로 자녀의 끼니를 잇기에도 빠듯하다는 호소, 본인이 세상을 떠난 뒤 자녀가 이어 갈 인연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토로가 잇따랐다고 전해집니다.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자녀의 생활비로 옮기느라 정작 본인의 의료비와 돌봄을 뒤로 미루고 있는 일본 시니어 가구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가족회 연합회 공동대표 히바나 무쓰코 씨는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정책의 한 갈래로만 히키코모리를 다루어 온 관행을 지적하면서, 가족이 고령에 접어들기 전에 지역과 지원 기관에 미리 연결해 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가정 안의 사적인 문제로 끌어안고 있을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진단입니다.

한국 사회, 결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풍경이 일본에 국한된 일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만 19세에서 34세 청년의 비율은 2.4퍼센트에서 5.2퍼센트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일본 청년 인구 가운데 히키코모리 비율로 알려진 1.79퍼센트와 견주어 보면 한국의 수치가 이미 더 높은 셈입니다.

여기에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사회적 관심 계층 분석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전체 인구 가운데 사회적 관계의 빈도가 현저히 낮은 교류 저조층이 약 4.9퍼센트에 이르고, 이 가운데 근로 활동을 하는 비율은 26.2퍼센트로 전체 평균 64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욱이 연령이 높을수록 교류 저조층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까지 확인되었습니다. 한국 역시 은둔이 청년의 문제에서 중장년과 시니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구조적 원인, 가족이라는 마지막 안전망의 한계

문제의 뿌리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에 있지 않습니다.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노동시장의 이중화, 결혼과 출산의 지연, 1인 가구의 급증, 지역 공동체의 해체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가정이라는 마지막 안전망에 모든 부담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니어 부모는 자녀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전통적 가족 윤리와, 동시에 본인의 노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현대적 요구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짊어진 채 소진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8050 문제가 보여 주는 결말은 분명합니다. 부모가 먼저 무너지는 순간 자녀의 생계와 생존이 함께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지원과 요구, 두 날개의 균형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붙들어야 합니다. 하나는 지원입니다. 시니어 부모가 가까이에서 자녀를 살피기 위해서는 본인의 건강과 경제적 기반이 먼저 지켜져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정책 안에 시니어 부모를 위한 상담과 자조 모임을 분명히 포함시키고, 가족이 고립되기 전에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더 촘촘히 마련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요구입니다. 은둔과 고립을 무조건적 보호의 대상으로만 두면 자립의 기회는 점점 멀어집니다. 작은 사회참여, 단계적인 근로 복귀, 책임 있는 자기관리를 동시에 요구하는 정교한 기준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가족 윤리와 사회 질서의 가치를 존중하되, 그 위에 합리적 기준과 공적 안전망을 단단히 세우는 일이 시니어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입니다. 일본의 통계는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직 건강할 때, 판단이 또렷할 때, 한 발 먼저 지역과 연결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빗장을 한 칸 풀어 두는 순간, 그 자리에는 더 단단한 사회의 끈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