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료와 복지 사업체가 또다시 사상 최다 도산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일본 민간 신용조사기관 도쿄상공리서치(東京商工リサーチ)가 2026년 5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도 일본 의료·복지 사업체의 도산 건수는 478건으로 전년 대비 10퍼센트 늘었습니다. 1988년도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래 3년 연속으로 최고치를 다시 쓴 셈입니다. 부채 1,000만 엔(약 9,400만 원) 이상을 기준으로 집계된 이번 수치는 단순한 옆 나라 경제 지표가 아니라, 같은 시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가 마주할 거울이라 하겠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시니어 돌봄
분야별로 보면 시니어 복지·돌봄 사업이 182건으로 전체의 약 38퍼센트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안마와 침구원이 포함된 요술업(療術業)이 108건, 장애인복지사업 54건, 아동복지사업 44건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시니어 인구가 빠르게 늘어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정작 그 수요를 떠받쳐야 할 현장 사업체는 무너지고 있다는 역설이 통계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도쿄상공리서치 정보부 고토 켄지(後藤賢治) 과장은 일본 정부가 긴급 경제 대책 차원의 보정예산을 편성해 의료와 개호(介護) 사업을 지원해 왔지만 그 효과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며, 업무 효율화와 부담 경감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영세 사업장에 집중된 충격
종업원 규모별로 살펴보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345건으로 전체의 약 72퍼센트, 5인 이상 10인 미만 사업장이 72건이었습니다. 자본력이 약한 동네 의원과 소규모 돌봄 시설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도산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경영자 본인의 고령화, 그리고 인건비와 자재비 등 전반적인 비용 상승이 함께 지목되었습니다. 돌봄 사업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 산업이라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어렵고,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작은 곳일수록 버티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입니다. 시설을 운영해 온 원장이나 대표가 이미 70대를 넘긴 경우,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이 같은 일본의 흐름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25년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으로 2015년 46만 8천 명에서 2025년 123만 5천 명으로 10년 만에 약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당기 수지가 2026년에서 2027년 사이 적자로 전환되고 준비금은 2030년 즈음에 소진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국내 요양병원 업계에서도 신규 개업보다 폐업이 많아 사흘에 한 곳 꼴로 문을 닫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으며, 2008년 도입된 일당정액수가제가 오랜 기간 큰 손질 없이 유지되어 온 점, 간병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큰 점 등 구조적 문제 또한 일본 못지않게 산적해 있습니다.
든든한 안전망, 지금 다듬어야 할 때
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떠받쳐야 할 기간 인프라입니다. 시니어 본인과 그 가족이 시설을 고르실 때 화려한 외관보다 운영 주체의 재정 건전성과 평가 등급, 위반 이력, 계약서상의 환불 조항을 먼저 살피셔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는 영세 사업장의 폐업이 곧 입소자의 거처 상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 예고와 인수 절차, 보증금 보호 장치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동시에 수가 체계의 합리적 조정, 후계자 승계 지원, 재가 서비스 확충과 같은 굵직한 과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지원(Fördern)과 책임(Fordern)을 함께 묶는 균형 잡힌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옆 나라의 어려움을 거울로 삼아, 우리 사회가 시니어의 노후를 좀 더 차분하고 든든하게 떠받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