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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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에 어머니를 잃고 여덟 살에 일터로 나갔던 소년, 90년의 생애 끝에 무엇을 남겼는가

지난 7월 18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서 한 시니어가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름은 토머스 데니 샌포드(Thomas Denny Sanford), 향년 90세였습니다. 뉴욕타임스가 7월 22일자 부고면에 그의 별세를 알렸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만, 그가 생전에 자선단체에 내놓은 금액을 확인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5,000억 원이 넘습니다. 본문의 원화 환산은 1달러당 1,380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네 살과 여덟 살

그는 1935년 12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습니다. 네 살에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여의었고, 여덟 살에 의류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유년입니다. 유족과 지인들은 바로 그 결핍의 경험이 타인을 돕고자 하는 열망의 뿌리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1958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그는 영업과 마케팅, 자재 유통 분야를 거쳤고, 밀봉재와 코팅제, 접착제를 만드는 제조회사 콘텍을 창업했습니다. 전환점은 1986년이었습니다.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수폴스의 한 은행을 인수해 퍼스트 프레미어 은행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어 신용카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제조업에서 출발해 소비자 금융에서 부를 완성한 셈입니다.

첫 기부는 예순을 넘겨서

기부의 출발은 1999년이었습니다. 사우스다코타 아동의 집 협회에 낸 200만 달러(약 27억 6,000만 원)가 첫 대규모 기부였습니다. 이미 예순을 넘긴,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든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눈여겨봅니다. 나눔의 시작이 청년기가 아니라 시니어의 문턱이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규모가 달라진 것은 2007년입니다. 지역 의료기관인 수밸리 보건 시스템에 4억 달러(약 5,520억 원)를 단번에 기부했고, 그 기관은 이름을 샌포드 헬스(Sanford Health)로 바꾸었습니다. 이후 추가 기부는 샌포드 어린이병원을 비롯한 전문 의료시설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방향은 일관됐습니다. 아동복지와 보건의료, 고등교육, 인력 양성, 예술이 축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샌포드 재생의학 컨소시엄과 샌포드 버넘 프레비스 의학연구소,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래디 어린이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사회정서 교육 프로그램 샌포드 하모니와 내셔널대학교 샌포드 교육대학도 그의 지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우스다코타에는 블랙힐스의 샌포드 지하연구시설(Sanford Underground Research Facility)과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에 거액을 냈고, 주 안에서 기술인력을 길러내는 빌드 다코타 장학사업을 창설했습니다.

축적과 환원은 따로 저울에 올려야 합니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하겠습니다. 그의 재산은 상당 부분 소비자 신용카드 사업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에서는 카드 금리와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기부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축적 과정에 대한 검증이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축적 과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환원의 실체까지 지워버릴 일도 아닙니다. 두 가지는 각각 저울에 올려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한 평가의 기본입니다.

한국의 시니어에게 남는 질문

한국도 자산이 시니어 세대에 집중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자산이 사회로 흘러갈 통로가 아직 좁다는 점입니다. 기부는 여전히 기업과 연말 캠페인 중심이고, 개인이 생전에 설계하는 유산 기부는 제도와 인식 양쪽에서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자발적 나눔이 국가의 복지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도가 닿지 못하는 틈을 먼저 메우고, 공적 체계가 굳어지기 전에 앞서 실험해 보는 역할은 민간의 몫입니다. 샌포드가 병원과 연구소와 장학재단을 세운 방식이 정확히 그러합니다. 그는 돈을 뿌린 것이 아니라, 자기가 떠난 뒤에도 남을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숨이 다하기 전에

그가 평생 품었다는 좌우명은 짧습니다. 숨이 다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라(Aspire to inspire before you expire). 운을 맞춘 말장난처럼 들립니다만, 여든을 넘겨서도 기부를 이어간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무게가 다릅니다.

유족은 조화 대신 각자가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이름이 아니라 다음 사람의 행동을 남기려 한 것입니다. 40억 달러는 우리 대부분과 무관한 숫자입니다. 그러나 예순을 넘겨 시작했다는 사실, 재산이 아니라 구조를 남겼다는 사실, 그리고 끝까지 남에게 권했다는 사실은 액수와 무관합니다. 시니어의 후반생이 소비의 시간이 아니라 환원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한 장의 부고가 우리에게 남긴 실질적인 유산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