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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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한 60대 남성이 부모가 남긴 집을 혼자 차지하려고 형제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살던 집에서 나가라는 명령과 함께 우리 돈으로 5억 원이 넘는 소송 비용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사실과 다른 거짓으로 규정했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힌 행위라고까지 질책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보도와 런던의 한 법원 심리 내용을 종합하면,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62세인 로버트 정 씨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연로한 부모를 돌보기 위해 본가로 돌아왔고, 그 대가로 부모가 집을 자신에게만 물려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는 1998년, 어머니는 2016년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탓에 약 60만 파운드(약 12억 1천만 원)로 평가되는 재산은 세 남매가 똑같이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누나는 해외에서 활동한 선임 회계사, 남동생은 정보기술 분야 관리자로, 두 사람 모두 사회적으로 자기 자리를 잡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씨가 집 전체를 자신이 가져가겠다며 소송을 내면서, 형제들에게 돌아갈 몫은 사실상 남지 않을 형편이 되었습니다.

형제들의 반박은 거셌습니다. 어머니가 요리와 청소를 도맡는 동안 그는 거실에서 온종일 영화만 보며 지냈고 집안의 재정을 갉아먹었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었습니다. 누나는 2016년 어머니를 찾아갔을 때 어머니와 집의 상태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도 밝혔습니다. 로버트 씨는 영화 관련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부모를 돌봤다고 항변했지만, 본가로 돌아온 뒤에는 공공 고용 지원 기관에 취직해 일했다는 사실 등이 함께 드러났습니다. 심리를 맡은 판사는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증언이 일관되지 않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부모 가운데 누구도 집을 혼자 물려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것이 판단의 요지였습니다. 어머니에게 공과금 명목으로 일주일에 50파운드(약 10만 원)가량을 보태고 가끔 저녁을 차린 일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돌봄으로 볼 수는 없다고도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28일 안에 집을 비우라고 명령했으며, 26만 5,000파운드(약 5억 3천만 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도 그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일은 먼 나라의 낯선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다 큰 자녀가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 곁에 머무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은둔형 외톨이라 불려 왔습니다. 이웃 일본에서는 집이나 방에 틀어박혀 사회와 거의 교류하지 않는 이들을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라고 부릅니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본 내각부의 2019년 조사에서 40세에서 64세 중장년 히키코모리는 약 61만 명으로 추산돼, 청년층(15세에서 39세) 추정치인 약 54만 명을 웃돌았습니다. 자녀가 나이 드는 동안 부모도 함께 늙어,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을 일본에서는 ‘8050 문제’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부가 2023년 처음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약 54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치가 나왔습니다(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다만 이는 19세에서 39세만을 대상으로 한 추정치인 만큼, 중장년층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합니다. 부모 곁에 머무는 자녀가 모두 ‘기생형 자녀’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부모를 헌신적으로 간병하는 자녀도 많고, 길어진 취업난과 높은 주거 비용 탓에 마음과 달리 독립이 늦어지는 청년도 적지 않습니다. 은둔의 배경에 우울이나 불안 같은 마음의 어려움이 깔린 경우도 흔합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함께 사는 자녀를 향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돌봄이라는 명분 뒤에서 정작 연로한 부모가 모든 짐을 홀로 떠안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돌봄을 받아야 할 시니어 부모가 오히려 다 자란 자녀의 끼니와 살림을 책임지는 구조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안에서는 한쪽이 조용히 소진되는 관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시니어와 청년을 위한 조언

시니어 부모님께 먼저 권해 드립니다. 자녀와 한집에 살고 있다면, 살림과 생활비의 부담이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솔직하게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자녀를 돕는 일과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기대어지는 일은 분명히 다릅니다. 재산과 상속에 관해서도 막연한 구두 약속에 기대기보다, 평소의 뜻을 분명한 형태로 정리해 두시는 편이 가족 간 다툼을 줄이는 길입니다. 다만 유언과 상속은 사안마다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결정에 앞서 변호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자녀가 오랜 기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면, 그것을 게으름이나 의지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너른 시선이 먼저입니다. 마음의 어려움이 원인일 수 있는 만큼, 전문 상담 창구의 도움을 받아 회복의 실마리를 함께 찾는 편이 좋습니다. 끝으로 청년 독자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것 자체는 결코 흠이 아닙니다. 다만 그 관계가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서지 않도록, 집안일과 생활비를 형편이 닿는 만큼이라도 나누어 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작은 몫이라도 함께 짊어지는 마음이, 부모와 자녀 모두의 노후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