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만큼 길어진 노년
사람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노년이 인생의 짧은 마무리가 아니라 한 세대에 가까운 긴 여정으로 바뀌면서, 그 시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떠받칠 것인가 하는 물음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독일 경제 언론에서 다시 제기된 한 가지 제안은 바로 이 물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어, 우리 시니어 독자에게도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안깁니다.
독일에서 다시 불붙은 ’70세 연금’ 논의
독일의 시사 매체 슈테른(stern)의 경제 에디터 마티아스 우르바흐(Matthias Urbach)는 2026년 5월 28일 자 지면을 통해, 법정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단순하면서도 묵직합니다. 오늘날 독일에서 65세에 이른 남성은 평균 17년 6개월가량을, 여성은 약 21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반세기 전과 견주면 같은 65세 시점의 추가 수명이 남녀 각각 약 5년씩 길어진 것입니다.
우르바흐 에디터는 수명이 늘어났다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 또한 그에 맞추어 미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은 대체로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체력과 능력을 지니는 경향이 있는 데다, 연금 개시 연령을 그대로 두면 한 사람이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어져 제도 전체의 비용이 그만큼 불어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17년 6개월이 아니라 18년 6개월 동안 연금을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전체 지출이 5%가량 늘어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합니다.
부과방식의 한계와 줄어드는 젊은 세대
이러한 진단의 바탕에는 독일 연금 제도의 구조가 자리합니다. 독일의 법정 연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곧바로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Umlageverfahren)으로 운영됩니다. 그러나 출산율이 수십 년에 걸쳐 떨어지면서 보험료를 부담할 젊은 세대가 줄어들었고, 그 빈자리를 세금 투입과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우르바흐 에디터는 이 방식이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2012년부터 연금 개시 연령을 해마다 조금씩 늦춰 왔습니다. 2026년 현재 정규 개시 연령은 66세 4개월이며, 2031년에는 67세에 이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그 뒤로는 67세에서 고정되지만, 우르바흐 에디터는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한 이 동결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대안이 매년 최대 2개월씩 천천히 미루어 70세까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이러한 점진적 연동이야말로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개혁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국민연금과 정년 논의의 현주소
독일의 이 논의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한국 역시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증가가 맞물리며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오랜 토론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 연도에 따라 만 63세에서 65세까지 다르며,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됩니다. 또한 법정 정년 만 60세와 연금 수급 시기 사이에 벌어지는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정년을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6년부터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기존 9%에서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되어, 2033년에는 13%에 이르도록 개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원과 요구, 그 균형 위에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차분한 균형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연금 개시 연령을 늦추고 정년을 늘리는 일은, 자칫 시니어에게 더 오래 일하라는 부담만을 떠안기는 조치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은 어느 사회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도, 시니어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온당한 해법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일할 것을 요구하기에 앞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함께 마련하는 일입니다. 건강한 일자리와 합당한 처우, 그리고 오랜 경험을 사회가 제대로 활용하는 통로가 갖추어질 때, 길어진 노년은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 됩니다. 시니어 세대는 사회를 지탱해 온 경험과 지혜의 담지자이며, 그 안정감이야말로 공동체가 함부로 흔들리지 않게 붙드는 힘입니다.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설계하고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각자의 노후 계획에 반영해야 할 현실입니다. 독일의 제안은 그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