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시 니시쿄구에 있던 다카시마야 라쿠사이점(高島屋洛西店)이 지난 8월 3일 영업을 마쳤습니다. 1982년 4월 문을 연 뒤 44년 만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마지막 영업일 아침, 개점 전부터 약 700명이 줄을 섰습니다. 오전 10시 문이 열리자 매장 측은 선착순 1,000명에게 장미 한 송이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점장이 직접 손님에게 꽃을 건네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줄을 선 이들의 사연은 이 백화점이 지역에서 어떤 자리였는지를 그대로 말해 줍니다. 교토부 무코시에서 온 70대 여성은 20여 년 전부터 한 달에 두세 번씩 다녔다고 했습니다. 각종 행사를 기다리는 재미로 왔는데, 산 위에 있어 접근이 불편했으니 폐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서운함은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곳이 고향이지만 지금은 요코하마에 사는 40대 여성은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마지막을 보러 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시설이었고,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개업 초기부터 이용해 온 50대 주민은 설마 문을 닫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자신은 쉬는 날마다 들렀고 어머니는 거의 매일같이 오셨다고 회고했습니다. 오방떡 가게 앞에는 개점과 동시에 줄이 생겨 오전 10시 30분에는 대기 시간이 한 시간에 이르렀습니다.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
폐점의 사유는 명료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교토 도심까지 나가지 않아도 고급품을 살 수 있다는 점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 왔으나 채산성이 나빠졌고, 운영사가 지난해 10월 폐점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업이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것은 경영의 상식입니다. 그 판단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라쿠사이 뉴타운은 1976년에 입주가 시작된 계획도시입니다. 올해로 꼭 50년입니다. 그때 삼사십 대였던 입주 1세대는 지금 팔십 줄에 들어섰습니다. 백화점이 문을 닫는 동안 도시도 함께 나이를 먹은 것입니다. 산 위에 조성되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그 조건은, 젊은 시절에는 감수할 만한 불편이었지만 다리가 무거워진 뒤에는 생활의 벽이 됩니다. 일본에서 이런 처지에 놓인 이들을 쇼핑 약자(買い物弱者)라고 부릅니다. 상권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가장 늦게까지 그곳을 지킨 시니어 주민입니다.
작게라도 간판을 남긴다는 것
폐점 이후의 조치에는 눈여겨볼 지점이 있습니다. 인접 상업시설의 한 구획에 위성 점포 형태로 다카시마야 로즈숍 라쿠사이가 9월 1일 문을 엽니다. 매장 면적은 40제곱미터, 약 12평에 불과하고 취급 품목도 화과자와 양과자, 주류 정도입니다. 점장은 남겨 달라는 고객의 목소리가 많아 작게나마 간판을 남길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수요가 높은 품목을 골랐고, 인근 교토점 관할로 두어 긴밀히 연계하겠다는 설명입니다.
12평짜리 매장이 백화점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익숙한 이름과 익숙한 물건이 걸어갈 만한 거리에 남는다는 것은, 매출로 환산되지 않는 생활의 안전망입니다. 상권 철수를 절대적 전부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로 다룬 이 선택은 기록해 둘 만합니다. 아울러 백화점 부지는 시니어 대상 분양 주택을 짓는 사업자에게 매각되어 2027년 가을 착공, 2029년 가을 입주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상업시설이 물러난 자리에 시니어 주거가 들어서는 셈이니, 그 지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보다 분명히 보여 주는 그림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신도시의 시간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1기 신도시들도 입주 30여 년을 넘겼고, 함께 늙어 가고 있습니다.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철수 소식은 이미 낯설지 않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논의는 활발하지만, 그 사이 일상의 장보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조용합니다.
시장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적자 점포를 무한정 붙들라는 요구는 결국 누구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물러난 자리를 방치하는 것과, 축소된 형태로라도 접점을 남기고 공공이 이동 수단을 보완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원과 요구는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지역이 상권 유지를 위해 실제로 이용하는 노력을 보이고, 기업은 완전 철수가 아닌 대안을 검토하며, 행정은 이동권을 뒷받침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에야 생활 기반은 지켜집니다.
44년을 지켜 준 가게에 마지막으로 줄을 선 700명의 마음을 저는 감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 세대가 자신의 생활 질서에 보내는 예의였습니다. 그 질서를 지키는 일은 향수가 아니라,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에 관한 문제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