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의 심장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심장병을 중년 이후 남성의 병으로 여겨 왔습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자리가 잦으며 배가 나온 사십 대 남성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 나오는 경고는 이 오래된 상식을 정면으로 흔들고 있습니다. 이십 대에서 사십 대에 이르는 젊은 여성층에서 심장질환의 발병과 사망이 뚜렷하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변화
미국 뉴욕타임스가 최근 소개한 연구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20세에서 24세 사이 여성 가운데 심장질환을 지니게 되는 비율이 현재 약 4명 중 1명 수준인데, 2050년에는 3명 중 1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입니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55세 미만 연령대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여성 쪽이 남성보다 높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계열 여성심장건강 프로그램을 이끄는 에밀리 라우 박사는 심장질환이 사실상 여성의 질환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다만 그는 위험을 낮추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병의 실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예방의 출발점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같은 위험 요인, 다른 무게
젊은 여성의 심장질환이 늘어난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이 젊은 나이에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위험 요인들이 남녀에게 똑같은 무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을 지닌 여성은 남성보다 당뇨병으로 인한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습니다. 흡연이 심장에 미치는 해악도 여성 쪽이 더 큽니다. 고혈압은 더 미묘합니다.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사이나이 병원의 노엘 베어리 메르츠 박사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낮은 혈압 수치에서부터 이미 위험이 시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성 기준으로 만든 잣대를 여성에게 그대로 대면 위험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의료진이 권하는 관리 목표는 명확합니다. 혈압은 120-80 미만,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은 데시리터당 100 밀리그램 미만, 체질량지수는 25 미만,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당화혈색소는 5.6 이하입니다. 노스웨스턴 메디신의 프리야 프리니 박사는 자신의 건강 수치를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시작이 이르다고 나무랄 나이는 없다고 했습니다.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운동의 효과에서는 성별 차이가 여성에게 유리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성은 남성이 하는 운동량의 절반만으로도 심혈관 질환 위험과 사망률에서 같은 수준의 감소 효과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여성만이 지나는 길목
여기에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위험 요인들이 더해집니다. 사십 세 이전에 찾아오는 조기 폐경, 다낭성 난소증후군, 임신성 당뇨병과 자간전증 같은 임신 합병증, 그리고 루푸스나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여성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이 그것입니다.
다만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시더스사이나이의 마사 굴라티 박사는 이런 질환들이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임신 중 고혈압이 심장병을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있던 혈관의 이상이 임신을 계기로 드러난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할 때 오히려 신뢰할 만합니다.
문턱을 낮추는 일
정작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의학이 아니라 생활에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이십 대에서 사십 대 여성은 고령층 여성보다 단골 주치의를 두는 비율이 낮고, 비용 부담 때문에 진료를 미루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진료만으로 일차 진료를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진이 권하는 검사는 어렵지 않습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기본 지질 검사를 받고, 필요할 경우 심장 컴퓨터단층촬영으로 관상동맥 석회화 점수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혈관에 콜레스테롤 침착물이 쌓이는 과정은 매우 느리고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들여다보는 일이 의미를 갖습니다. 염증 지표인 시반응성 단백질 검사도 거론되지만, 아직 모든 사람에게 권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신중론이 함께 붙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할 수 있는 일
이 대목에서 우리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지만, 정작 그 젊은 여성들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부모 세대입니다. 딸과 며느리, 손녀에게 병원비를 아끼지 말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 출산 때 겪었던 고혈압이나 임신성 당뇨를 그냥 지나간 일로 묻어 두지 말라고 일러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 세대는 아파도 참는 것을 미덕으로 배웠습니다. 그 인내가 가정을 지탱한 힘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와 방치는 다릅니다. 우리가 몸으로 겪어 알게 된 그 차이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경험을 가진 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혈압계 하나를 사서 자녀 집에 놓아 주는 일, 명절에 안부를 물으며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 거창한 정책보다 앞설 때가 있습니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결국 오래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관심을 가지고, 챙기고,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그 잔소리가 근거를 갖출 때 비로소 설득이 됩니다. 오늘 소개한 수치들이 여러분의 잔소리에 힘을 실어 주기를 바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 본 칼럼은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판에 보도된 젊은 여성층 심장질환 관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원문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서술하였습니다.
※ 본문에 인용된 발병률 전망치와 성별 비교 수치는 원 보도가 소개한 해외 연구 결과이며, 국내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국내 여성 심혈관 질환 통계는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한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검사 항목별 권고 수치는 미국 의료계 기준이므로, 국내 진료 지침과의 차이 여부를 게재 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