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문자에게도 적용되는 새 법률, 티베트·신장·대만 관련 발언은 신중하게, 다만 지나친 불안은 금물입니다
중국이 오는 7월 1일부터 새로운 법률 하나를 본격적으로 시행합니다. 이름은 민족단결진보법(民族團結進步促進法 / Law on Promoting Ethnic Unity and Progress)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단결과 화합을 내세운 평범한 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는 이 법이 중국 국경 밖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중국 여행이나 출장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짚어 둘 만한 내용입니다.
어떤 법인가
이 법은 2026년 3월 1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를 통과해 같은 해 7월 1일 시행에 들어갑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추진해 온 소수민족 정책, 이른바 중국화(中國化 / Sinicization) 기조를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중국은 한족(漢族)이 전체 인구의 약 91퍼센트를 차지하고, 한족을 포함해 공식적으로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이 법은 그러한 여러 민족 사이에 하나의 강한 국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조항은 제63조입니다. 이 조항은 중국 밖에 있는 단체나 개인이라 하더라도 민족 단결과 진보를 훼손하거나 민족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서방 언론과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국 영토 밖의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역외 적용(域外適用), 곧 롱암 관할권(long-arm jurisdiction) 주장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법은 또한 교육과 행정 등 공적 영역에서 표준 중국어인 보통화(普通話 / Mandarin)의 우선적 지위를 한층 강화하고, 종교 활동이 민족 단결에 부합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조항들이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무엇이 문제로 지적되나
법을 둘러싼 우려의 핵심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대만(臺灣)의 대륙 정책 담당 기구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민족 단결을 훼손한다는 표현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위험한지 사람들이 스스로 가늠하기 어렵고, 그 결과 표현을 미리 자제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 법에서 분리주의(分裂主義 / separatism)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무장 독립운동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발언이나 옹호, 모금, 문화 활동, 상징적인 행위까지도 당국이 국가 통합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분열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중국은 티베트(Tibet)와 신장(新疆),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활동을 모두 분열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법이 종교와 문화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유럽의회는 지난 4월 이 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전직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 여러 명은 이 법이 중국이 비준한 다수의 국제 인권 규약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배우이자 티베트를 위한 국제 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for Tibet) 의장인 리처드 기어(Richard Gere) 씨가 한 주요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이 법이 티베트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회 통제 방식을 국경 밖으로 넓히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국제 사회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는 중국 공안 당국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며 반체제 인사를 감시한 혐의로 한 미국 시민이 유죄 평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
반면 중국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후웨이례(胡衛列) 중국 법무부 부부장은 6월 하순 기자회견에서, 제63조가 롱암 관할권이나 역외 적용이라는 서방 언론의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국가 안보를 지키고 분열에 반대하는 일은 모든 나라가 가진 주권적 권리이며, 이 조항이 국제법의 기본 원칙과 국제 관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법이 통상적인 인적 교류나 학술, 무역, 투자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들도 한 가지 점은 분명히 합니다. 이 법 자체만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 영토 안에서 사람을 곧바로 체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법은 어디까지나 중국 국내법상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며, 실제로 국경 밖에서 집행하려면 해당 국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방문 때 삼가야 할 말
그렇다면 중국을 찾는 우리 여행객 입장에서는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요. 출발점은 이 법이 중국 안에 머무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위험이 커지는 영역은 비교적 분명한 편입니다. 티베트나 대만의 독립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발언, 신장 위구르(Uyghur)족의 인권 문제를 겨냥한 활동, 관련 단체를 위한 모금이나 자료 배포, 공개적인 상징적 시위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를 정치적인 맥락에서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관련 물품을 드러내는 행위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은 중국 밖에서 작성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는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는 점 역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 당국 스스로 통상적인 관광과 출장, 학술 교류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고, 전문가들도 일반 관광객을 상대로 이 조항이 적극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핵심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개적으로 활동하거나 조직적으로 다루는 경우와, 평범한 여행 중의 사적인 대화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기준이 모호한 만큼, 신중한 태도는 도움이 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화제를 깊이 나누는 일은 피하고, 현지에 머무는 동안 공개적인 글이나 발언에는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무엇보다 이 법의 적용 범위와 실제 운용 방식은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떠나기 전에 외교부의 여행경보 단계를 확인하고, 업무 성격상 민감한 주제와 맞닿아 있는 분이라면 법률 전문가나 재외공관의 안내를 미리 받아 두시기를 권합니다.
중국 여행을 앞둔 독자분들을 위한 조언
중국 여행이나 출장을 앞두고 계신다면, 떠나기 전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0404.go.kr)에서 중국의 최신 여행경보 단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같은 곳에서 주중국 한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연락처도 함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외교부 영사안전콜센터 번호를 미리 저장해 두면 한결 든든합니다. 국내에서는 02-3210-0404, 해외에서는 +82-2-3210-0404로 연중무휴 24시간 연결되며, 중국어 통역도 지원됩니다. 여권을 잃어버렸거나 현지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평범한 관광이나 일상적인 대화까지 문제 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만큼은 공개된 자리에서 굳이 깊이 들어가지 않는 편이 서로 마음 편한 일입니다. 자녀나 손주가 유학이나 출장으로 중국에 머물고 있다면, 이러한 내용을 가볍게 공유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언론이나 학술, 시민단체 활동 등 업무의 성격상 민감한 사안과 가까이 있는 분이라면, 출발 전에 법률 전문가나 재외공관의 안내를 받아 두시기를 다시 한번 권해 드립니다. 이 기사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법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나 재외공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출처: 이 기사는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6월 29일 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리처드 기어 씨의 기고문 China’s Ethnic Unity Law Means Repression Without Borders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법률의 구체적 내용과 중국 정부의 입장, 국제 사회의 반응을 여러 국제 매체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추가로 확인하고 재구성하였습니다. 참고 및 교차 확인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민족단결진보법 조문과 시행 관련 보도(타이베이타임스, 포커스타이완 등), 후웨이례 법무부 부부장 기자회견에 관한 중국 신화통신 인용 보도, 미국 법무부 동부뉴욕지검 보도자료(2026년 5월), 미국 하원의 티베트 미래 보장법(Assuring the Future of Tibet Act, H.R. 8982, 2026년 5월 22일 발의) 관련 자료,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0404.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