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모여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으나, 일각에서는 난해한 기업 전문용어(jargon)의 남용으로 인해 진정한 소통이 저해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필리타 클락(Pilya Clark)은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을 통해 다보스에서 경험한 ‘기업 언어’의 실태를 꼬집었습니다. 그녀는 ‘C-레벨 포지셔닝 컨설턴트‘를 자처하는 이들로부터 ‘고위급 지원자’를 대면하고 ‘CEO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고충점(pain points)‘을 파악하는 헤드헌터를 만나보라는 제안을 받는 등, 행사 시작 전부터 난해한 용어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보스 현장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목표나 사명 대신 ‘북극성(North Star)‘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쫓는 기업들이 넘쳐났고, 실질적인 논의보다는 ‘아이디어화 단계(ideation phase)‘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의는 ‘짧은 고위급 대화’로 포장되었고,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는’ 대신 ‘공유’했으며, 정해진 시간에 자리를 떠야 할 때는 ‘하드 스톱(hard stop)‘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OpenAI조차 ‘인류를 위한 AGI(범용 인공지능)‘를 자신들의 ‘북극성’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챗봇에 광고를 도입하려는 상반된 움직임을 보여 빈축을 샀습니다.
이러한 기업 용어의 범람은 비단 다보스만의 문제가 아니며, 호주의 코미디언들은 이를 풍자하는 쇼를 통해 기업 내 소통의 부재를 꼬집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새로운 용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다보스의 사례에서 보듯 지나친 전문용어 사용은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고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이러한 현상에 위축되거나 소외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오랜 경험과 연륜을 통해 축적된 지혜로 화려한 언어 뒤에 숨겨진 실체를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북극성’이나 ‘아이디어화’ 같은 거창한 단어에 현혹되지 않고,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명확하고 쉬운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자 지혜임을 인식하고, 복잡한 용어 속에 감춰진 의미를 해독하며 중심을 잡는 역할을 시니어들이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