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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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 문제 제기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학교 현장에서 고트프리트 켈러, 토마스 만, 괴테,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등 대표 문학가들의 고전 작품을 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문장을 짧게 나누거나 어휘를 평이하게 바꾸고, 심지어 만화(코믹스) 형태로 재구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편집 도구까지 활용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입니다. 학생들의 독해력 격차와 고전 기피 현상에 대응하려는 취지이지만, 정작 원작이 지닌 고유한 문체와 시적 정취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과서에 실리는 고전 작품이 요약본이나 발췌본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흔하고,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인 만큼, 이번 독일의 논쟁은 시니어 독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 및 해외 사례

FAZ 보도에 따르면, 일부 출판사와 AI 기반 플랫폼은 토마스 만 특유의 길고 정교한 문장을 짧게 끊어내고, 고유한 문학적 어휘를 일상 언어로 치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작품의 문학적 깊이 자체를 지워버려, 학생들이 진정한 문학적 체험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습니다.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Faust) 역시 만화 형식이나 외국어 학습자용 교재로 각색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온 명대사들이 평범한 일상 대화 수준으로 바뀌면서 원작 특유의 위트와 시적 울림이 옅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실렸습니다. 다만 이러한 간소화 작업이 학생들의 실제 독서량이나 이해도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정량적 통계는 해당 지면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은 추후 검증이 필요한 대목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전통적인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대입 시험 등 필수 지정 도서 수요 덕분에 원전 판매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히며, 원작의 형태를 보존하는 일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조적 원인 분석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습니다.

첫째,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짧고 즉각적인 정보 소비에 익숙해지면서, 긴 호흡의 고전 문장을 견디는 인내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다문화·다배경 학급이 늘어나면서 언어 능력의 편차가 커진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 입장에서 모든 학생을 아우를 수 있는 손쉬운 대안으로 간소화 자료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적인 압박이 존재합니다.

셋째, AI 기술의 발전으로 문장을 자동으로 쉽게 바꾸는 작업이 과거보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가능해지면서, 상업적 유인이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는 단순히 개별 교사나 출판사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교육 효율성과 문학적 완성도 사이의 근본적인 긴장 관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적용 시사점

우리나라 역시 이와 유사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고전 소설이나 한시(漢詩)가 요약, 발췌 형태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과 AI 요약 서비스를 통해 원작을 아예 접하지 않고도 줄거리만 파악하는 학습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젊은 시절 원작 완독을 통해 문장의 리듬과 사유의 깊이를 체득한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러한 경험을 후속 세대와 나누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손주나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고전 원문을 낭독하거나, 지역 도서관의 고전 읽기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세대 간 지적 교류의 좋은 통로가 될 것입니다. 다만 문해력 격차가 실재하는 만큼, 원작 접근성을 높이는 보조 자료의 필요성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문학적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과 교육 현장의 현실적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작이 지닌 언어의 결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방식의 간소화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가 다양한 보조 자료를 활용하되 원문을 함께 접하게 하는 방식, 즉 접근성을 넓히려는 노력(Fördern)과 원작의 본질을 지키려는 엄격한 기준(Fordern)을 함께 요구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축적해 온 고전 독서의 경험과 언어 감각은, 이러한 균형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