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우리나라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을 남겼습니다. 자신이 인허가 권한을 사실상 쥐고 있던 한 금융상품을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후회한다고 토로한 것입니다. 출시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품에서 각종 부작용이 쏟아지자, 정책의 책임자가 스스로 실패를 자인한 셈입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는 상품 출시를 두고 당시에도 고민이 많았다며,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고백을 인간적인 솔직함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공직의 자리는 사후의 반성을 고백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미리 가려내고 선량한 시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루 등락의 두 배, 그 위험의 실체
문제가 된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종목의 하루 등락폭을 두 배로 키워 베팅하도록 설계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입니다. 해당 종목이 하루에 5퍼센트 오르면 두 배인 10퍼센트의 수익이 나지만, 반대로 5퍼센트 떨어지면 손실도 두 배인 10퍼센트로 불어납니다. 이익이 크게 보이는 만큼 손실도 그대로 두 배가 되는 구조입니다.
지난달 27일 첫 상장된 이 상품의 매수자는 약 92퍼센트가 개인투자자로 파악됩니다. 금감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연속 하락장에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37퍼센트까지 내려간 사례가 있었고, 앞서 6월 18일 금융감독원은 손실 위험을 경고하며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바 있습니다.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청(FINRA)은 오래전부터 레버리지 상품의 장기 보유 부적합성을 경고해 왔습니다. 이런 상품은 매일 손익이 다시 계산되는 구조라, 등락이 반복되면 원래 종목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투자자의 손실만 쌓이는 변동성 손실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이 이를 두고 단기 전문 투기 수단이라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누가 이익을 보는가
더 뼈아픈 대목은 이 상품으로 누가 돈을 버는가 하는 점입니다. 금감원장 스스로 도박판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쪽이 결국 가장 많이 번다는 취지로 비유했습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이 상품에서 발생하는 매매 수수료만 5조 원, 많게는 1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추정치는 금감원장의 간담회 발언에 근거합니다). 투자자가 변동성에 짓눌려 손실을 보는 동안, 상품을 운용하고 중개하는 쪽은 거래가 일어날수록 안정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본래 이 상품은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환율 안정 효과는 미미했고 부작용만 커졌다는 것이 감독 당국의 자체 평가입니다. 명분은 거창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던 셈입니다.
주니어보다 시니어에게 더 가혹한 변동성
이 문제를 시니어의 자리에서 다시 보아야 합니다. 한창 일하는 세대는 큰 손실을 보더라도 다시 벌어 메울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 모은 자금으로 노후를 꾸려야 하는 시니어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하루아침에 자산이 두 배의 속도로 줄어드는 상품은, 회복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가장 가혹하게 작동합니다.
은퇴 자산은 빠르게 불리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화려한 수익률 광고 뒤에 숨은 두 배의 손실 가능성을 냉정하게 읽어내는 분별이, 지금 시니어 세대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혜입니다.
후회가 아니라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책임 있는 공직자의 솔직한 고백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기초적인 위험조차 사후에야 깨달았다면, 애초에 그 판단이 어디서 어긋났는지부터 냉정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손에 시민의 자산을 좌우할 권한이 주어진 것은 아닌지, 제도 전체가 함께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그러나 책임을 가리는 일과 사태를 수습하는 일은 별개입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음을 깨달았다면, 후회를 거듭하기보다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입니다. 위험한 상품에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더 촘촘히 두고, 한번 내준 인허가라도 부작용이 분명하다면 보완하거나 제한하는 결단이 따라야 합니다. 시장의 자율은 존중하되, 시민의 자산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망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이 감독이라는 두 글자의 본뜻입니다.
후회는 정책이 아닙니다. 시민이 공직자에게 바라는 것은 뒤늦은 반성문이 아니라, 위험을 미리 막아 주는 든든한 울타리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출처 : 캐어유 뉴스 https://www.careyou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