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가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87억 달러(약 12조 7,000억 원)로, 79억 달러(약 11조 5,700억 원)에 그친 키트루다를 앞질렀습니다. 같은 성분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활용하는 또 다른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까지 합산하면 1분기 매출은 127억 달러(약 18조 6,000억 원)에 이릅니다. 투자업계에서는 ‘키트루다 시대’에서 ‘티르제파타이드 시대’로 의약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시니어 독자께서 보다 깊이 새기셔야 할 대목은 화려한 매출 수치 너머에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약물이 비만뿐 아니라 당뇨 치료에도 쓰이고 있으며,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니어 환자의 안전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당뇨약이라도 부작용은 같지 않습니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김청수 교수와 내분비대사내과학교실 전자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의미 있는 비교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65세 이상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기본 치료제 메트포르민(Metformin) 이후에 처방되는 2차 약제 네 가지, 즉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안전성을 비교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 최근 많이 처방되는 GLP-1 계열과 SGLT2 계열은 오랫동안 널리 쓰여 온 설포닐유레아에 비해 저혈당과 고칼륨혈증 발생 위험이 더 낮았습니다. 손발이 붓는 말초부종 부작용 또한 설포닐유레아와 DPP-4 억제제보다 적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GLP-1 계열에서는 위장관계 부작용이, SGLT2 계열에서는 혈액이 산성으로 변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이 상대적으로 더 발생할 수 있어, 환자의 개별 상태를 따져 처방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일산차병원 내분비내과 박경혜 교수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설포닐유레아보다 저혈당이 적어 시니어 환자에게 더 안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설포닐유레아는 식사 여부나 현재 혈당과 무관하게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저혈당 위험이 높은 반면, GLP-1 수용체 작용제는 혈당이 높을 때 주로 작용하고, SGLT2 억제제는 인슐린과 직접 관계없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이라는 설명입니다.
시니어에게 저혈당이 더 무서운 이유
연세가 드시면 혈당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집니다. 박경혜 교수는 시니어 환자의 경우 전형적인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위험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75세 이상이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홀로 거주하거나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 노쇠 상태에 있는 분이라면 혈당을 더 강하게 낮추는 일보다 저혈당을 피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도 같은 방향의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시니어 당뇨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 조절 목표를 7.5%로 설정하고, 어떤 시간에도 저혈당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인지 기능 저하, 시력 저하, 우울증 등으로 자가 혈당 관리가 쉽지 않은 시니어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한 매우 합리적인 기준이라 하겠습니다.
물 한 잔의 무게
수분 섭취 또한 시니어 당뇨 관리의 한 축입니다.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점도가 높아져 혈당이 오르고 인슐린 저항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SGLT-2 억제제는 소변량을 늘리는 약이므로 매일 두세 잔의 물을 추가로 드시는 것이 좋다는 권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하루 1.5에서 2리터의 물 섭취를 권장하며, 당뇨 환자에게는 체중 1킬로그램당 30밀리리터의 수분 보충이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당뇨병성 신장병증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주치의와 섭취량을 상의해야 합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작정 물을 많이 마시면 폐부종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강한 조절’보다 ‘안전한 유지’가 정답입니다
세계 의약 산업이 비만 치료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 시니어 세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유행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안전한 선택입니다. 새 약이 나왔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일도, 오래된 약이라고 무작정 고집하는 일도 답이 아닙니다. 시니어 당뇨 치료의 본질은 ‘얼마나 낮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유지하느냐’에 있다는 점, 그리고 환자 한 분 한 분의 나이와 체력, 영양 상태, 신장 기능, 기대 수명을 두루 고려한 맞춤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주치의와의 충분한 상의, 규칙적인 수분 섭취, 일주일 15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매 끼니 단백질 식품 챙기기, 식사 시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드시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드시는 습관과 같은 기본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어떤 첨단 신약보다 든든한 자산입니다. 시니어의 건강 수명은 결국 약이 아니라 일상의 절제와 합리적 판단 위에서 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