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사회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이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분노가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 UK)이 지난 5월 19일자 지면에서 비중 있게 다룬 두 장면은 그 단면을 또렷이 보여 줍니다. 한쪽에서는 영국 명문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대학생 세 명 중 한 명이 AI가 일자리를 너무 빠르게 없애 결국 사회 소요(Civil Unrest)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 아리조나(Arizona)대 졸업식 무대에 오른 전 구글(Google) 최고경영자가 1만 명 청중의 야유를 받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영국 대학가의 진단, 인식 격차가 드러나다
킹스 인공지능 연구소(King’s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와 KCL 정책연구소(KCL Policy Institute)가 공동 개발한 ‘AI와 노동에 대한 인식 추적 지표’의 첫 결과가 이번에 공개되었습니다. 영국 대학생 1,000명,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 거주 16~29세 비학생 청년 1,000명, 고용주 500명, 일반 대중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조사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사회 소요에 대한 인식 격차입니다. 일반 대중 가운데 AI가 사회 소요를 일으킬 만큼 빠르게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본 비율은 22퍼센트에 머물렀으나, 대학생 집단에서는 34퍼센트까지 올라갔습니다. 대학생의 절반 이상은 AI로 인한 고용 충격이 통상적인 경기 침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불안감이 AI를 가장 자주 사용하는 집단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는 사실입니다. 대학생의 77퍼센트가 한 달에 최소 몇 차례 이상 AI를 사용한다고 답해, 일반 직장인 46퍼센트를 크게 웃돌았으며, 27퍼센트는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쓴다고 응답했습니다.
사용 경험에서도 균열은 분명했습니다. 학생 열 명 중 아홉 명에 해당하는 89퍼센트가 AI 사용 중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고, 가장 흔한 문제는 사실 관계 오류(37퍼센트)와 그럴듯하게 지어낸 출처를 만들어 내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 31퍼센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물을 사용하기 전에 보통 또는 항상 교차 검증을 한다는 학생은 43퍼센트에 그쳤습니다. 대학이 자신을 노동 시장에 제대로 준비시키고 있다고 답한 학생도 36퍼센트에 머물러, 청년 스스로 느끼는 준비 부족이 불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미국 졸업식장의 야유, 누적된 정서의 분출
대서양 건너편 미국 졸업식장은 더 격앙된 형태로 같은 정서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금요일 아리조나대 졸업식 무대에 오른 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청년 세대의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이 합리적(Rational)이라고 인정하면서도 AI에 적응할 것을 권유하다가 곳곳에서 야유를 받았습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을 이끌며 수십억 달러(한화 약 수조 원 이상)의 자산을 축적한 슈미트는 질문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 세대가 그 AI를 어떻게 빚어낼 것인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센트럴 플로리다대(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졸업식에서도 부동산 임원 글로리아 콜필드(Gloria Caulfield)가 AI를 차세대 산업혁명이라 부르자 일제히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도 미국인의 약 절반이 AI 확산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고 답한 바 있어, 졸업식장의 야유가 일부 격앙된 감정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누적된 정서가 분출된 결과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한편 지난 5월 10일 카네기 멜런대(Carnegie Mellon University) 졸업식에서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Jensen Huang)은 AI가 청년을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청년보다 AI를 더 잘 쓰는 누군가가 청년을 대체할 것이라는 말로 시대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본 청년의 불안
청년의 분노는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AI를 가장 깊숙이 사용하는 세대가 동시에 가장 큰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점은, 기술의 효율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첫째, 청년은 학자금과 주거 비용을 짊어진 상태에서 화이트칼라(White-collar) 일자리의 진입 자체가 좁아지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둘째, 환각 현상과 사실 오류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도 AI를 쓰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셋째, 기성세대가 AI 적응을 권유하는 방식이 종종 자산을 이미 축적한 이들의 훈수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점입니다. 슈미트가 졸업식장에서 야유를 받은 배경에는 이런 정서적 거리감이 깔려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손주에게 건넬 수 있는 자산
손주뻘 세대의 일이라며 한 발 떨어져 바라보실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시니어 세대와도 깊이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녀와 손주가 일자리 앞에서 흔들릴 때 가장 가까이서 마음을 받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니어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청년이 진로 불안을 호소할 때는 어쭙잖은 위로보다 끝까지 들어 주는 자세가 우선입니다. 외환 위기,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본 시니어 세대만큼 한 번의 격변이 모든 것을 결정짓지 않는다는 진실을 차분히 전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음으로, AI를 멀리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곁에 두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약 복용 시간을 메모하거나, 병원 안내문의 어려운 용어를 풀어 보거나, 가족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를 다듬는 정도가 좋은 출발입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함께 가지셔야 합니다. 영국 학생 89퍼센트가 AI의 오류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더 무거워집니다. 청년이 흔들리는 시대일수록 안전과 질서를 지켜 온 시니어의 경험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격변의 시대에 가장 든든한 자산은 결국 의심하고 확인하는 마음의 여유, 그리고 세대 간 신뢰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