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시한 보름 앞… 호르무즈 재봉쇄로 다시 흔들리는 기름값과 밥상
지난 7월 2일 국가데이터처가 내놓은 6월 소비자물가동향은 3.2퍼센트 상승이었습니다. 2023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1월과 2월 2퍼센트대에서 안정돼 있던 물가는 2월 말 중동에서 전쟁이 터진 뒤 3월 2.2퍼센트, 4월 2.6퍼센트, 5월 3.1퍼센트, 6월 3.2퍼센트로 넉 달 연속 올랐습니다. 석유류가 24.7퍼센트 급등해 전체 물가를 0.93퍼센트포인트 밀어 올린 결과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흐름을 억눌러 온 두 개의 버팀목 가운데 하나가 보름 뒤 시한을 맞습니다.
사상 초유의 가격 상한, 106일 만의 첫 인하
정부가 꺼낸 첫 카드는 석유 최고가격제였습니다. 3월 13일 시행된 이 제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의 상한을 정부가 직접 정하는 방식입니다. 시장경제에서 특정 품목의 가격 천장을 국가가 못 박는 일은 극히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효과는 수치로 남았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이 제도가 없었다면 6월 물가 상승률이 3.6퍼센트에 달했을 것이라며 약 0.4퍼센트포인트를 낮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3월 27일 2차 조정에서 리터당 210원이 올랐고, 3차부터 6차까지 네 차례 동결을 거쳐, 6월 27일 7차 조정에서 시행 106일 만에 처음으로 전 품목 150원이 내렸습니다. 현재 상한은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입니다.
7월 31일, 두 번째 버팀목의 시한
또 하나의 축은 유류세 인하입니다. 정부는 3월 27일 인하 폭을 휘발유 7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경유 1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확대했습니다. 산업과 물류에 필수적인 경유에 더 높은 인하율을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리터당 휘발유 122원, 경유 145원입니다. 당초 5월 말 종료 예정이던 이 조치는 7월 31일까지 두 달 연장됐고, 그 시한이 보름 앞입니다.
정부는 6월 26일 필요하면 추가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국제유가 흐름과 국내 가격, 소비량, 물가 파급효과를 살피고 있다면서도 목적예비비로 확보해 둔 4조 2천억 원의 재원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금을 깎는 일은 나라 곳간이 감당하는 기간만큼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상황이 되레 나빠졌다는 점입니다. 현지 시간 7월 13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이란 해상 봉쇄 재개를 예고하자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약 10퍼센트 뛰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은 78.14달러(약 11만 5,600원), 브렌트유 9월물은 83.30달러(약 12만 3,300원)로 마감했습니다. 원화 환산은 7월 16일 원·달러 환율 1,480원을 적용한 것입니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4분의 1이 지나는 길목입니다. 산업통상부는 7월 도입 물량은 확보돼 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 8월 이후 수급이 빡빡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같은 3.2퍼센트가 시니어에게 다르게 읽히는 까닭
시니어 독자께서 정작 눈여겨보실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6월 농축수산물이 3.2퍼센트 올랐는데, 안을 들여다보면 파 37.1퍼센트, 쌀 11.7퍼센트, 조기 12.0퍼센트, 달걀 10.3퍼센트, 국산 쇠고기 7.5퍼센트입니다. 자주 사는 품목만 모은 생활물가지수는 3.4퍼센트로 전체보다 높았습니다.
같은 3.2퍼센트라도 체감이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비에서 식료품과 연료비 비중이 큰 가구일수록 실제 부담은 발표치보다 큽니다. 시니어 가구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더구나 근로소득자는 임금이 물가를 뒤따라 오르지만 연금은 다릅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전년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이듬해에 조정되므로, 물가가 오른 그해의 구매력 손실은 소급해 메워지지 않습니다. 물가 상승은 연금생활자에게 사실상 소득 삭감입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75퍼센트로 0.25퍼센트포인트 올렸습니다. 2023년 초 이후 첫 인상입니다. 물가를 잡고 약세를 보이던 원화를 떠받치겠다는 신호입니다. 예금 이자에는 도움이 되지만 빚이 있는 가구에는 부담이 늘어납니다. 같은 시니어라도 유불리가 갈립니다.
두 개의 시각, 하나의 전제
정부는 1조 원 규모의 재정·세제·금융 수단으로 하반기 물가를 3퍼센트 이내로 묶겠다고 했습니다. 하반기 전기·가스 요금 동결,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 중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22만 가구에 동절기 추가지원금 14만 7천 원 지급, 소상공인 대출 1조 5천억 원에서 3조 원 확대 등입니다. 정유사와 주유소 등 관련 품목의 담합 혐의 조사도 병행합니다.
당정은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경유가 리터당 2,800원까지 갔을 것이라고 봅니다. 반면 가격 통제와 세금 감면이 근본 처방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류세 인하는 유가 상승분을 재정이 대신 떠안는 방식이고, 가격 상한을 오래 유지할수록 시장 왜곡과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오랜 경고입니다. 정부가 최고가격 고시 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출구를 찾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두 시각 모두 일리가 있으나 전제는 같습니다.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것이고, 그 시점은 우리가 정하지 못합니다.
지켜볼 세 가지, 그리고 한 가지 당부
이달 하순에 일정이 몰려 있습니다. 첫째, 7월 31일 유류세 인하 종료 여부입니다. 둘째, 8차 석유 최고가격 결정입니다. 7차가 6월 27일부터 4주 적용이므로 다시 조정 시점이 옵니다. 셋째, 2026년 세제개편안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7월 10일 브리핑에서 늦어도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는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을 몸으로 겪었습니다. 그때 배운 것이 있습니다. 가격을 억누른다고 부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나 위기의 첫 타격은 언제나 난방과 밥상에 여유가 없는 가구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국가가 급한 불을 끄는 일은 정당합니다. 다만 임시 조치는 임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출구의 조건과 일정을 미리 알려야 합니다. 예측 가능성이 곧 신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텁게 돕되 기간과 대상은 분명해야 합니다. 4조 2천억 원의 예비비도, 걷지 않은 세금도 결국 누군가 갚아야 할 돈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무조건 더 달라고 하는 대신 필요한 곳에 정확히 쓰라고 요구할 때, 안전망은 오래 버팁니다. 그 절제야말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우리의 가장 실질적인 유산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