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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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겨 부모가 되는 사람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첫아이를 품에 안는 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출산에서 40세 이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2퍼센트에서 2025년 약 4.3퍼센트로 높아졌습니다. 첫아이를 낳는 어머니의 평균 연령 역시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기준 27.5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늦은 출산은 더 이상 예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한 사회의 인구 흐름을 보여주는 뚜렷한 추세가 되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6월 11일자 지면에서 늦깎이 부모가 된 미국의 네 가정을 직접 취재해, 그 기쁨의 이면에 자리한 재정적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본보는 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우리 시니어 독자께서 자녀 세대의 선택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핵심을 정리해 전해 드립니다.

네 가정이 마주한 숫자의 현실

텍사스에 사는 한 부부는 남편이 쉰 살 되던 해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부모가 된 첫해에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529 플랜)에 7만 5,000달러(약 1억 1,500만원)를 넣었지만, 정작 본인의 은퇴 준비는 뒤로 밀렸습니다. 건강 문제로 종신보험 가입이 어려워 100만 달러(약 15억 3,000만원) 보장에 월 3,000달러(약 460만원)라는 견적을 받은 끝에, 그는 자산이 쌓이지 않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30만 달러(약 4억 6,000만원) 보장의 정기보험(월 170달러, 약 26만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4년 뒤 62세에 사회보장연금을 신청해도 매달 받게 될 돈은 약 1,200달러(약 184만원)로, 주택 관련 세금과 보험료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시카고의 한 여성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정자를 보관해 두었다가, 40대 후반에 홀로 출산을 결심했습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난임 시술을 거듭한 끝에 지난겨울 딸을 얻기까지, 지난 10년간 그가 쓴 돈은 10만 달러(약 1억 5,300만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은 다섯 아이를 둔 상태에서 임신 후기에 사산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장례 비용 5,000달러(약 765만원) 가운데 90퍼센트를, 같은 아픔을 겪은 비영리 단체가 지원해 주었습니다. 이 가정에 그 돈은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큰 액수였습니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부부는 세 차례의 체외수정(IVF·In Vitro Fertilization)에 약 8만 달러(약 1억 2,200만원)를 들였습니다. 회사 복지로 3만 5,000달러(약 5,400만원)를 보장받았으나, 난임 보장을 의무화하지 않은 주(州)였던 탓에 나머지 4만 5,000달러(약 6,900만원)는 고스란히 본인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왜 늦은 출산은 재정적으로 더 무거운가

시애틀의 한 재무 자문가는 인생의 모든 일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바로잡을 시간도 줄어든다고 짚었습니다. 이 한마디에 늦깎이 부모가 겪는 재정 부담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소득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와 자녀 양육기가 겹치고,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학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며 늘어나는 의료비는 노후 자금을 갉아먹고, 건강 이력은 보험 가입의 문턱을 높입니다. 여기에 고령 임신에 흔히 동반되는 난임 시술과 난자·배아 보관 비용이 더해집니다.

다만 늦은 출산이 약점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연방 자료에 따르면 고령의 부모는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젊은 시절보다 더 큰 인내심과 경제적 안정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서도 고령 어머니의 자녀가 초기 발달 평가에서 더 나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확인되는데, 이는 부모가 갖춘 교육과 소득, 안정의 결과로 풀이됩니다. 경험에서 우러난 안정감은 분명한 강점입니다. 문제는 그 강점을 떠받칠 재정의 토대가 함께 마련되어 있느냐입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물음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나라 사정이 아닙니다. 통계청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머니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8세, 첫아이를 낳는 평균 연령은 33.2세로 미국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낳은 아이의 비중은 전체의 37.3퍼센트에 이릅니다. 늦은 출산은 이미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실이며, 앞서 본 미국 가정들의 재정적 고민은 머지않아 우리 자녀 세대가 마주할 풍경이기도 합니다.

저출생과 만혼이 굳어진 시대에, 늦깎이 부모의 노후와 자녀 양육이 한 시기에 포개지는 일은 점점 흔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겠습니까. 네 가정이 한목소리로 남긴 교훈은 단순하고도 묵직합니다. 더 일찍, 더 많이 저축하라는 것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생명을 품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를 오래도록 떠받치는 힘은 따뜻한 마음만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합리적 준비에서 나옵니다. 경험과 안정이라는 시니어 세대의 강점은, 미리 셈하고 차근차근 대비하는 지혜와 만날 때 비로소 온전한 버팀목이 됩니다. 자녀 세대에게 우리가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은, 다름 아닌 그 준비의 지혜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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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6월 11일자(A10면, Personal Journal). 본문은 원문 보도의 사실관계를 요약·재구성한 것으로, 직접 인용을 피하고 우리말로 풀어 정리했습니다. 미국 통계 가운데 40세 이상 출산 비중(2025년 약 4.3퍼센트)은 NCHS 잠정 집계로, 확정 시 수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통계는 통계청 ‘2025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참조했고, 환율은 2026년 6월 12일 원·달러 환율(1달러 약 1,530원)을 기준으로 환산했으며, 괄호 안 원화 금액은 읽기 편하도록 반올림한 근삿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