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인공지능(AI) 인재를 확보하려는 스타트업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창업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이들 전문가가 어떤 요소를 보고 응답하는지는 그동안 막연한 짐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26년 11~12월호는 이 물음에 데이터로 답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스타트업 전용 인재 매칭 플랫폼 코피스페이스(CoffeeSpace)의 연구진이 플랫폼에서 오간 100만 건 이상의 상호작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창업가의 어떤 속성이 네트워킹 초대의 수락과 대화 시작으로 이어지는지를 살폈습니다. 법학 학위나 주요 빅테크 근무 경력 같은 이력이 상대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창업가를 AI 전문 배경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으로 나누어 속성별 영향을 비교했습니다.
핵심 결론은 분명합니다.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전업(full-time)으로 몰입하고 있으며 이미 일정한 진척을 이루었다는 신호를 보낸 창업가일수록 수락률이 크게 높았습니다. 전업으로 일한다는 속성이 수락률에 미친 영향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서 6.1퍼센트,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서 18.0퍼센트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속성이라도 창업가 자신이 AI 전문성을 갖춘 경우 효과가 세 배가량 컸다는 뜻입니다.
AI 전문성이 있는 창업가에게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은 공동창업자와의 지분 분배(equity split)에 유연한 태도였습니다. 이 속성은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서 20.5퍼센트, 없는 창업가에게서 9.2퍼센트의 영향을 보였습니다. 다음으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공동창업자와도 일할 수 있다는 개방성이 18.2퍼센트로 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는 이 항목이 오히려 마이너스 0.8퍼센트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신뢰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력 요인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메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MAANG) 근무 경험은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 12.7퍼센트, 없는 창업가에게 4.6퍼센트의 영향을 주었습니다. 법학 학위 보유나 재학은 각각 10.7퍼센트와 4.0퍼센트였고, 영업 직무 경험은 8.6퍼센트와 5.5퍼센트였습니다. 박사 학위는 7.8퍼센트와 5.8퍼센트, 경영학석사(MBA)는 5.6퍼센트와 4.4퍼센트로, 학위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반면 관심사가 넓다고 밝히는 것은 AI 배경이 없는 창업가에게 마이너스 11.4퍼센트라는 가장 큰 부정적 영향을 낳았습니다. AI 배경이 있는 창업가에게도 플러스 3.3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이미 다른 공동창업자들과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각각 마이너스 0.6퍼센트와 플러스 0.8퍼센트로 사실상 영향이 없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으나 함께 만들 사람을 찾고 있다는 표현 역시 0.7퍼센트와 5.1퍼센트에 머물렀습니다. 화려한 가능성의 나열보다 하나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연구에는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나온 데이터이므로 모든 창업 환경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수락률은 대화의 시작을 보여 줄 뿐, 실제 합류나 사업 성공을 보장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인재는 이력서의 화려함보다 창업가가 자기 일에 얼마나 헌신하는지, 그리고 이익을 나눌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를 먼저 본다는 것입니다. 이는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예로부터 사람을 얻는 일은 말솜씨가 아니라 몸소 보이는 성실과 신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 데이터가 다시 확인해 줍니다.
시니어 독자께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평생 조직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이나 사회적 사업을 준비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재와 손잡으려 할 때 필요한 것은 젊은 기술자에게 맞추려는 흉내가 아닙니다. 맡은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자세, 이미 이룬 작은 성과의 정직한 공개, 그리고 몫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니어가 가장 오래 갈고닦아 온 덕목이기도 합니다.
결국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일에 대한 진정성에서 나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를 쌓는 일이 더욱 값지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