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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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개 중심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패키지드 팩츠(Packaged Facts)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그라나더 씨가 10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 기관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세 미만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가 1세 미만 강아지를 키우는 가구보다 많아졌습니다.

수치의 변화는 뚜렷합니다. 2014년에는 새끼 고양이 양육 가구 하나당 강아지 양육 가구가 1.5가구였으나, 2025년에 같은 수준이 되었고 올해는 0.94가구로 내려앉았습니다. 다만 이를 고양이 열풍으로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고양이 양육 가구의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 반면, 2019년 이후 개를 키우는 가구가 5퍼센트 줄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전히 개 양육 가구는 약 7,100만, 고양이 양육 가구는 약 5,300만으로 개가 앞서 있지만,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원인으로는 먼저 실용성이 꼽힙니다. 고양이는 비교적 조용하고, 혼자 두기 쉬우며, 좁은 주거 공간에도 적합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경제 여건을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 지목합니다. 조사 결과 자가 소유 가구는 임차 가구보다 개를 키울 확률이 두 배 가까이 높은데, 부동산 가격 급등과 더딘 실질임금 상승, 고금리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졌습니다. 집을 마련하고 마당 있는 삶을 꾸리며 개를 맞이하던 전통적인 순서가 무너진 것입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는 앞으로 가구 증가가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역사적으로 낮았던 고령층과 소수 민족 집단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가구 규모의 축소, 아파트 거주 증가, 잦은 여행과 지출 확대가 더해졌습니다.

비용 차이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패키지드 팩츠의 추정으로 고양이 보호자는 연평균 750달러(약 105만 원)를, 반려견 보호자는 연평균 1,300달러(약 182만 원)를 지출합니다. 개 관련 매출이 반려동물 산업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개 양육 가구의 감소는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양이 보호자의 절반가량은 업계가 고양이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충분히 내놓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하니, 시장의 대응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저는 숫자 너머의 사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필자는 미국인들이 점점 고양이를 닮아 간다고 표현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살며 혼자 남는 데 익숙해지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사정이지만 우리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늘고, 주거비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이 미뤄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를 맞이한다는 것은 산책과 돌봄,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간다면, 이는 반려동물 시장의 문제를 넘어 삶의 안정과 책임을 감당할 여유가 줄어든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저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취향의 이동으로만 보지 않으려 합니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생명에 대한 돌봄은 공동체를 지탱해 온 오랜 덕목입니다. 안정된 주거와 예측 가능한 가계가 있어야 사람들이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안정과 물가 관리는 반려동물 정책보다 앞선 과제입니다. 물론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 또한 존중받아야 할 합리적 결정이며, 필요에 따라 개와 고양이의 장점은 각자 다릅니다.

시니어 독자께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규칙적인 생활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벗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건강과 체력, 소득과 주거 형편을 고려해야 하고, 돌봄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 계획도 필요합니다. 산책이 부담스러우시다면 비교적 돌봄 강도가 낮은 반려묘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동물을 택하느냐보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입니다.

고양이가 개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조건이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이 통계가 전하는 본질입니다. 우리 사회가 누구나 책임을 감당할 만한 삶의 기반을 갖추도록 지켜 가는 일, 그것이 반려동물 시장의 변화 앞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