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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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라이브 공연장은 스마트폰 불빛이 물결치는 장관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대표곡 ‘옐로(Yellow)’가 연주되는 동안 관객이 휴대전화 조명을 켜 달라고 독려했고, 2008년에는 밴드 관계자가 공식 투어 블로그에 휴대전화가 라이터를 대신하는 새로운 야광봉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풍경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이 밴드는 관객에게 발광다이오드(LED) 팔찌를 나눠 주고, 보컬 크리스 마틴은 단 한 곡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넣어 두고 감상해 달라고 정기적으로 청하고 있습니다.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디 포크 가수 피비 브리저스는 진행 중인 투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관객은 공연 내내 자석으로 잠기는 파우치에 기기를 보관해야 하며, 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 스마트 안경도 반입 제한 대상입니다. 해리 스타일스와 밥 딜런 역시 최근 비슷한 조치를 도입했고, 기기 없이 즐기는 ‘테크 프리(Tech-free)’ 행사도 늘고 있습니다. 티켓 예매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는 스마트폰 금지를 명시한 행사 등록 건수가 2024년과 2025년 사이 567퍼센트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49퍼센트는 라이브 경험이 덜 연출되고 더 진짜처럼 느껴지기를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현실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금지되지 않은 공연장에서는 여전히 촬영 화면을 든 손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습니다. 진짜 경험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순간을 기록하고 남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이 같은 이중성은 기술 전반에 대한 태도에서도 나타납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국인 4,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18세에서 29세는 챗봇을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인공지능(AI)에 가장 회의적인 집단이기도 했습니다. 향후 20년간 AI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응답이 45퍼센트,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14퍼센트였으며, 전체 성인은 각각 40퍼센트와 16퍼센트였습니다. 2023년 영국 유고브(YouGov) 조사에서도 스마트폰 이용률이 가장 높은 18세에서 24세가 스스로 너무 많이 쓴다고 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멸의 속도도 가파릅니다. 입소스(Ipsos) 조사에서 기술 진보가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 영국 15세에서 24세 비율은 2013년 26퍼센트에서 2026년 62퍼센트로 높아졌습니다. 미국 NBC의 지난 4월 설문에서는 18세에서 29세의 47퍼센트가 선택할 수 있다면 과거의 시대를 택하겠다고 답했고, 현재는 38퍼센트, 미래는 15퍼센트였습니다. 이 내용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26년 10월 5일자 오피니언 칼럼이 소개한 것으로, 필자는 이전 세대 청년과 비교할 동일한 자료는 없으나 이런 현대성에 대한 우울감은 전례가 드문 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먼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설문은 응답자의 태도를 보여 줄 뿐 실제 행동의 변화까지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과거 세대와의 직접 비교 자료가 없다는 점에서 전례 없다는 해석도 잠정적입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잠시 맡기는 행위가 문명으로부터의 후퇴를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술의 이로움을 누리면서 그 한계를 스스로 정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 흐름이 우리 시니어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시니어 세대는 편지와 공중전화, 대면 대화의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 온 분들입니다. 아날로그의 가치와 디지털의 편리함을 모두 몸으로 겪은 세대이기에, 젊은 세대가 뒤늦게 갈망하는 절제와 직접 만남의 소중함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일, 손으로 쓴 안부 편지 한 장, 얼굴을 마주한 대화는 오래된 습관이지만 지금 청년들이 되찾으려는 바로 그 가치입니다.

물론 시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상과 메신저에 하루의 상당 시간을 쓰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절제를 권하려면 먼저 스스로 본을 보여야 합니다.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세대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존중할 때, 기술은 비로소 도구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자유란 마음껏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지 않을 수 있는 힘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것입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청년들의 모습은 기술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몸짓으로 읽힙니다. 그 곁에서 시니어가 절제의 지혜로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