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무산되자 투자가들이 앞다투어 매도에 나서면서, 연중 최저치에 육박하는 폭락 장세를 보였습니다. 증시안정기금이 오전에 1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냈으나 지수 반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후 들어서는 하한가 종목 수가 300개를 넘어서는 탈진 상황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폭락 장세를 보인 것은 신용 만기 구조에 따른 매도 심리 외에도, 이틀 남은 거래일 동안 현금을 확보해 둔 뒤 연초 개장 이후 장세 추이를 보아 가며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려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도미노식 뇌동매매도 주요인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와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미 악재로서 반영되었다고 본다면, 현재 주식시장의 침체는 신용 만기 구조의 집중과 이에 따른 심리적 위기의식이 시장을 악재에만 반응하는 기형적인 시장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납회에서 발회까지의 짧지 않은 기간도 투자가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이른바 저PER 종목군이라고 하는 20~30개 우량주들은 연일 강세를 보여 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주 종목군을 선호하는 투자가들의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납회를 이틀 남겨 둔 이번 주는 등락이 심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 가지 관심거리는 지난해 10월 반대매매를 앞두고 주가가 그 2주 전에 이미 바닥을 형성했었다는 점입니다.
이제 내년 1월 3일 자연 발생적 반대매매를 남겨 놓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신용 부담이 해소될 경우를 감안한다면 시장 심리에 이끌리는 뇌동매매는 자제해야 할 때로 보입니다. 지금 시장 참가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배당을 받으면서 내년 초까지 주식을 갖고 넘어가야 하는가, 아니면 현 주가 수준에서라도 일단 팔아 두는 것이 좋은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장기 추세선이나 지난 7월 초 수준까지 떨어진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실적이나 내용 면에서 뒤떨어지는 종목군을 제외하고는 지금 단계에서 추격 매도에 가담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차피 지금의 시황은 신용 만기를 포함해 이미 예정된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일 뿐이며, 최근 며칠간의 주가 움직임에서 보듯 주가 차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일단 시장의 맥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 거래 상황을 보면 하락한 752개 종목 가운데 379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오른 종목은 68개로 극히 적었습니다. 특히 신용 매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주와 건설·무역주에 하한가 종목이 많았고, 거래량은 1,670만 주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17.28P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지난 토요일보다 14.50P 하락한 586.51P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시장 개방 원년인 내년 1992년의 주식시장에 올해 못다 이룬 기대를 걸어 봅니다.
대우증권 원주지점 김형래 대리였습니다.